[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재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지만,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로 인해 가격전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 역시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매입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의 경우 봉강류(철근)는 톤당 85만7천원으로 이는 이전 년도(67만7천원) 대비 무려 20만원 가까이 인상됐다. 강판류(후판)는 58만5천원에서 98만2천500원으로, 레미콘은 루베(㎥)당 6만6천650원에서 6만8천525원, 시멘트는 톤당 6만5천875원에서 6만7천250원으로 상승했다.
GS건설은 지난해 철근 가격으로 톤당 95만원을 지불했다. 이는 이전년도(68만5천원)와 비교해 무려 38.6% 껑충 뛴 것이다. 레미콘의 경우 2020년(6만7천700원) 대비 4.9% 인상된 루베당 7만1천원에 매입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철근 가격은 킬로그램(kg)당 685원에서 966원으로 41.0% 증가했다.
철근 가격은 고철가 강세로 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레미콘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멘트, 골재 등 원자재 가격 및 믹서트럭 운반비 상승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주요 지역의 레미콘 가격이 일제히 상승됐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원자재 시장은 급속도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철강과 시멘트 등 원재료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건설사들은 주로 봉강류(철근)와 강판류(후판) 등을 주요 원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 및 가격 변동성 확대는 건설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더욱이 건설업계는 공사 수주 시점부터 공사 완공시점까지 기간이 길게 걸리는 가운데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경우 원가가 자칫 기존 계약금액을 초과하는 위험에도 직면한다. 원자재 수급이 차질을 빚게 되면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업계는 공사가 본격화하는 봄철 성수기임에도 체감경기는 악화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를 조사한 결과 전월 대비 1.3포인트(p) 하락한 85.6을 기록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하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는 견디다 못해 발주기관을 찾아 공사대금에 문가 변동 폭을 반영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위원은 "3월은 공사 물량이 증가해 지수가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CBSI 지수가 하락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자재와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견·중소건설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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