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 엔비디아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로 인텔을 고려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대형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이 인텔로 선택지를 확대하면 기존 파운드리 업체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TSMC를 쫓기도 바쁜데 인텔의 추격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미 현지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로 인텔을 눈여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TSMC,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맡겨왔다. 이날 발언도 파운드리와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팹리스 기업 CEO의 원론적인 대답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바이든 정부가 자국 중심으로 팹리스-파운드리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날 발언은 간과하기 어렵다.
인텔은 미국 정부 지원 하에 아시아에 뺏긴 반도체 생산 패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텔은 지난해에 미국 애리조나주에 올해 초에는 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10년 간 유럽에 11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독일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공장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이 반도체 12%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중 반이 인텔"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아시아와 다른 국가들에 영원히 의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존 파운드리 업계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10%대 후반대 점유율로 파운드리 시장 50% 이상을 장악한 TSMC를 추격해야 하는데 인텔까지 상대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인텔이 단숨에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도 5나노 이하 공정을 할 수 있는 곳은 현재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올해 3나노 공정 도입 계획을 밝힌 곳도 이들 두 업체다. 인텔이 2024년 2나노, 2025년 1.8나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반도체 양산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인텔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 미국 정부의 지원 하에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텔과 경쟁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모멘텀이 필요한 인텔이 적극 응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미국의 반도체 지원이 자국 기업에 실용적인 방안으로 포커스가 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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