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게임산업 공약으로 업계 전망이 엇갈린다. 노동유연화를 비롯 친기업적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이는 윤 후보가 게임산업에 대해서는 유독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게이머 우선'을 강조하면서다.
특히 윤 당선인이 업계에서의 오랜 숙제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선언한 가운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꼽히는 P2E 모델에 대해선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우선 윤 당선인은 게임업계의 주요 과제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게임사가 완전히 공개하도록 강제해, 게임 이용자가 게임사를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종의 '이용자위원회'를 만들어 게이머가 게임사를 직접 감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는 자율규제 강령에 따라 업계에서 이미 공개하고 있어, 법제화를 통해 처벌 규정을 함께 강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후 업계에서 부상한 P2E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P2E 허용책을 넣었으나 최종 삭제했다. 자금 세탁이나 사행성 등 부작용을 우려해 안전망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P2E를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가 메타버스와 가상자산에는 지원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기술 혁신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내세웠고, 대체불가토큰(NFT)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 육성, 토큰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융 체계 개편에 더해 암호화폐의 국내 ICO(가상화폐공개)도 단계적인 허용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국내 ICO를 전면 금지해 국내 게임사는 대부분 해외에서 P2E 코인 발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 e스포츠 지역연고제 도입을 통해 e스포츠가 세대와 수도권에 편중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또한 게임사기를 포함한 온라인 소액사기를 처리하는 '게임소액사기전담수사기구'를 설치하며, 어린이와 어르신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아카데미를 설치하고 게임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를 위한 '게임접근성진흥위원회'를 설립하며, 이를 통해 기능성 게임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 정비와 함께 P2E 가이드라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로 수년간 해결되지 않은 확률형 아이템 이슈의 정화작업을 강조했다. 이용자감시위원회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위 학회장은 "기업이 민감 정보를 그러한 위원회에 공개할 수가 없고 공개를 한다 해도 검증할 방법이 없다"면서 "결국 법적인 처벌 규정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P2E 가이드라인을 통해 현재 게임 시장에 초래되는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P2E에 대한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형 게임사가 먼저 해외 시장에 진출해 자금을 보유하는 현상은 작은 회사들은 심각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시대에 맞춰 디지털 콘텐츠를 아우르는 진흥기관에 게임, NFT와 메타버스를 포함해 총체적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구체적인 공약 논의는 18일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다듬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취임 하루 전인 오는 5월 9일까지 두 달간 정책 비전과 주요 국정과제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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