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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성 기자가 만난 열혈 독자] 안철수와 이찬진


 

독자란 기자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다. 독자의 격려 한마디는 밥을 안먹어도 열흘은 견딜만큼 큰 힘이 된다. 날카로운 비판 한마디는 기자의 숨통을 멎게 만든다. 독자의견을 계기로 취재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돈 먹었냐'는 비아냥거림이라도 들은 날이면 가슴 속에 축구공만한 구멍이 뚤리기도 한다. 독자는 '기자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출근하면 가장 먼저 눈길이 꽂히는 곳이 독자코너일 수밖에 없다. '오늘은 내가 죽었을까 살았을까'.

<아이뉴스24>가 창간 5돌을 맞아 '열혈독자'를 찾아 나섰다. 지난 5년간 아이뉴스24의 성장 뒤에는 독자들의 격려와 질책이 '보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자가 '공채 1기'로 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자에게 그 '특명'이 떨어진 것. "왜 하필 나야. 열혈 독자가 얼마나 무서운데..."

◆ "두 시간에 한번 씩"

고민 끝에 기자는 5년 전 수습교육 시절을 떠올렸다. 벤처 열기가 최고조였던, 아니 벤처 거품이 '끝물'이었던 2000년 3월. 수습교육 과정에서 제일 먼저 만난 '벤처인'이 선릉 근처에 사무실을 둔 안철수 사장이었다.

당시 안철수 사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점심을 함께 했다. "IT 업계가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흔들리지 말고 바른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던 그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러기 위해 '지혜로운 눈'을 가져달라는 '어려운' 주문도 했다.

이런 기억이 살아나자 '햇병아리' 시절 만난 안철수 사장을 다시 찾아 나섰다. 지난 14일 여의도 사무실. 여전히 소년같은 미소를 가진 그는 변한 게 없었다. 사무실 한쪽은 온통 책과 서류, 메모지 뭉치로 가득했다. '혁신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라고들 하지만 한결같은 모습에서 풍기는 친근감은 5년이란 시간을 뛰어넘는 편안함을 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마다 메모하는 게 습관이 돼서요. 그게 넘치면 글이 되고, 모여서 책이 되기도 하잖아요. 여의도로 이사 와서도 서류나 메모지 뭉치가 쌓이네요."

'말 뿐인 IT 정책'이나 '업계의 이전투구', '벤처 거품과 언론의 방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안 사장.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아이뉴스24 열혈독자중 한 명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 접속부터 합니다. 아이뉴스24는 일어나서 제일 먼저 체크합니다. 출근한 뒤로는 두시간에 한번씩은 들어갈 정도라니까요."

"작년 한해동안 아이뉴스가 펼쳤던 '소프트웨어를 살리자' 연중기획은 많은 반향을 몰고왔습니다. 업계나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소프트웨어를 살리자'에 대한 얘기가 많이 회자됐어요. 정통부 관계자들도 모두 그 얘기들입니다."

'기대 이상'인 대답이 오히려 쑥스럽다. '열혈 독자를 찾는다'는 얘길 미리 해둔 탓인가, 면전이라 그런가. 인사 치레치곤 좀 과한데...'. '오해'는 여기까지. 하고싶은 진짜 얘기는 지금부터였다.

"많은 IT 정책들이 금방 뭔가 큰일이 난것처럼 부글부글 끓다가 또 금방 흐지부지 되지 않습니까? 엄청난 청사진을 제시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언론이 이런 것들을 조목조목 따져 더욱 잘 감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IT 정책이나 기업들이 제시한 청사진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지 아이뉴스가 심층 분석 기사를 써 주세요. 말만 가지고는 더 이상 자리를 못붙인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말입니다."

근시안적인 비전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정책을 집행해도 이를 감시하고 지적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질책이다. 다시 5년 전 그의 당부가 떠오른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왔지만 제대로 못해왔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 "한국 가서 봅시다"

사실 마주앉은 독자보다 '얼굴 없는 독자'가 훨씬 가차없다. 독자의견 코너나 이메일로 보내오는 의견이나 질책은 그야말로 원색적이고 신랄하다. 피가 '펄펄' 끓는 열혈 독자는 보통은 이렇게 마주하게 된다.

지난 2002년 어느 날, 반도체를 취재하던 시절이다. 제법 취기가 오른채 귀가해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켰다. 미국에 산다는 독자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낮에 쓴 '대만에서 지진이 났고, 반도체 공장에도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고 쓴 기사 때문이었다.

그는 메일에서 '당신은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해 사람이 다쳤는지도 모르는데, 한국 반도체 기업이 수혜를 입는다는 식의 기사를 쓰냐'고 질책했다. 그리고는 한달 뒤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으니 만나자고 했다.

그 메일을 읽고 난 후, 낮에 쓴 기사를 몇 번이나 '보고 또 보고' 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식의 기사는 아니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이메일로 다시 보냈다. 나중에 '오해가 풀렸다'는 메일을 받긴했지만 어디서 '지진' 소식만 들리면 지금도 그 이메일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2003년 7월부터 'IT로 일어서는 조선족'이라는 기획을 하면서 국내와 중국 현지 취재로 바쁠 때였다. 느닷없이 '일제치하 독립운동가들이 지하에서 울겠다'며 육두문자가 섞인 욕설이 가득 담긴 이메일이 날라왔다.

그는 "왜 미국에 살면 '재미동포', 일본에 살면 '재일동포'라고 하면서 유독 중국에 사는 동포는 '조선족'이라고 비하하느냐"고 다그쳤다. 당시 '조선족팀' 역시 호칭을 어떻게 할 지를 두고 며칠씩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그 문제였다.

아이뉴스24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조선족'으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족'이 비하의 표현이 아니며 그들이 원하는 명칭이고, 현재 중국 국적이라는 점을 들어 '조선족'으로 쓰는 편이 더 적합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물론 그 독자 이런 내용의 답신 이메일을 보낸 뒤 '흥분한 것을 사과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원주에 산다는 중학생으로부터 '중간고사 때문에 사이트를 매일 들어올 수 없으니 D램 가격을 매일 이메일로 보내 달라'는 주문을 받고는 당황한 적도 있다.

한국의 중고 휴대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는 기사를 쓴 어느 선배기자는 캐나다와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무역업자로부터 '중고폰을 수입해 재수출 하고 싶으니 휴대폰을 수거하는 기관을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독자의견을 쓰고, 이메일을 보내야만 '열혈독자'라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아이뉴스24가 정확하고 바른 시각의 기사를 쓰는데 큰 역할을 한다.

◆ 언제나 처음처럼

이 사장이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인터넷으로 뉴스보기. 아침에 눈을 뜨면 PC에 1천개 이상의 관심 뉴스가 모여 있다. 그는 이 가운데 수백 건을 확인하고 출근한다. 직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기사라도 눈에 띄면 사내 게시판에 기사를 '긁어서' 올린다.

지난 15일 잠실 드림위즈 사무실. 약속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 사장이 정말 애독자인 지 회사 직원들에게 살짝 물어보기 위해서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뉴스 기사를 게시판에 올려놓았어요. 게시판에 기사를 제일 많이 올려놓는 사람도 사장님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뉴스 마니아'인 이 사장은 "보통은 PC 프로그램에서 주제별로 모아진 기사를 읽지만 아이뉴스24와 종합 일간지 두세 곳 정도는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서 본다"고 말했다.

"톱 기사인지, 단신 기사인지에 따라 편집이 다르잖아요. 언론사의 편집 자체에도 중요한 의미가 부여돼 있잖습니까? 그래서 직접 찾는 겁니다."

그는 대화 중간중간, 익숙한 손놀림으로 아이뉴스24의 코너별 기사를 클릭하며 위성 DMB가 성공할 지, 차세대 단말기의 성능은 어떨 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뉴스를 보면 세상의 흐름을 단번에 짚어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직접 내가 찾아다닐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구요. 요즈음에는 휴대폰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어요."

그는 요즈음 브라우저 하나로 음악, 사진, 뉴스를 모두 검색할 수 있는 '통합 브라우저' 출시를 앞두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휴대 저장장치에 프로그램만 담아두면 어떤 PC와 연결해도 자신의 컴퓨터 환경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마지막으로 "더 많이, 더 빠른 기사를 써 달라"는 어려운 주문을 했다. "괜찮은 언론사로 보았더니 광고주 좋은 얘기만 크게 다루는 경우를 적지않게 봤다"면서 "처음같은 마음이 지금처럼, 10년 뒤에도 똑같이 지켜지길 바란다"는 정신이 번쩍 드는 말도 덧붙였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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