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2주기를 맞아 LG일가가 전통대로 아름답게 이별했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서로 보유하고 있는 LG 및 LX 지분을 정리하며 계열분리 마무리 작업에 나선 것이다. 또 구본준 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부터 이어져 온 LG가 전통에 따라 약 2천억원도 사회에 기부해 아버지를 기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LG, LX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고 구자경 명예회장 별세 2주기를 맞아 별도 추모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사내 방송을 통해 고인의 삶을 담은 영상을 약 10분간 방영하며 조용히 추모했지만, 올해는 LG, LX 모두 추모 행사를 따로 갖지 않았다.
향년 94세로 별세한 고 구자경 회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명예회장의 6남 4녀 중 장남으로 1925년에 태어났다. 1945년 진주사범학교 졸업 후 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1950년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이사로 취임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1969년 말 부친이 타계하면서 이듬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경영수업 20년만이었다. 이후 25년간 LG그룹을 이끌면서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구자경 회장은 1995년 2월 그룹 총수 자리를 장남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승계했다.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15년까지 LG복지재단 이사장직은 유지하며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왔다.
구본준 회장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으로, 현재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LG 회장의 작은 아버지다. 구본준 회장은 LG그룹의 전통인 '장자승계·형제독립' 원칙에 따라 지난 5월 신규 지주회사인 LX홀딩스를 설립했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승계 대상을 '장자'로 기정하고 계열분리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왔다"며 "이에 따라 서로간 다툼 없이 순조롭게 LG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져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일가는 장자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후 다른 형제들이 각자 독립해 별도로 영역을 개척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구인회 LG 창업주 동생 구철회 명예회장 자손들은 지난 1999년 LG화재를 만들어 그룹에서 독립한 뒤 LIG그룹을 만들었다. 구자경 회장 동생 구자학 회장은 LG유통(현 GS리테일)의 FS사업부를 분리해 아워홈으로 독립했고, LG그룹의 전선·금속 부문과 에너지·유통·건설 부문을 분리해 LS그룹과 GS그룹이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지난 2018년 5월 LG 대표이사에 선임되자 구본준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즉각 물러나 연말인사에서 퇴임했다. 또 올해 5월에는 LG그룹에서 LG상사, LG MMA,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을 중심으로 계열분리한 뒤 LX그룹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이날 ㈜LG와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고 계열 분리를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독립경영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구본준 회장은 보유 중인 ㈜LG 지분 4.18%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외부에 매각하고, 이 매각 금액을 활용해 구광모 ㈜LG 대표 등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 전량인 32.32%를 매수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구본준 회장은 기존에 보유한 LX홀딩스 지분 7.72%를 포함해 총 40.04%를 확보, 최대주주로서 독립경영 기반을 갖추게 됐다. 또 이번 매각 과정에서 ㈜LG 지분 1.5%(약 2천억원)를 LG연암문화재단, LG상록재단, LG복지재단 등 3개의 LG공익법인에 나눠 기부했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의 ㈜LG 보유 지분은 종전 7.72%에서 2.04%로 줄어들고, 일가가 보유한 ㈜LG 주식의 지분까지 모두 합하면 2.96%로 공정거래법상의 계열 분리 기준인 동일인 관련자 지분 3% 미만을 충족하게 됐다.
LX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LX와 LG의 지분정리를 통해 계열 분리 요건이 충족됐다"며 "향후 두 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 분리를 신청하는 등 계열 분리를 위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구광모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 9인도 보유 중인 LX홀딩스 지분 32.32%를 장외거래를 통해 구본준 회장에게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거래는 세법상 특수관계인 간 경영권 이전 거래에 해당돼 20% 할증된 가격으로 거래됐으며 거래대금은 약 3천억원이다.
이 거래를 통해 구본준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LX홀딩스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게 돼 안정적인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해 LX그룹을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 구광모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은 기존 45.88%에서 41.7%로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히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LG와 LX홀딩스는 이번 지분정리가 각각 시장에서 주식거래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지주회사 본연의 기업가치를 안정적으로 평가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LG는 70여 년 동안 기업을 운영해 오며 단 한 번의 경영권 분쟁 없이 계열분리를 해오고 있다"며 "이번에도 아름다운 이별의 전통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LG와 LX 두 그룹은 계열분리 요건도 충족시키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와 LG화학·LG디스플레이 등은 LX하우시스·LX세미콘 등과 상품·용역 거래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과 LX그룹은 공정위의 심의 기간을 고려할 경우 늦어도 내년 3월 전까지는 계열 분리를 마무리해야 한다.
LG 관계자는 "두 그룹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계열분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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