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선수단 내홍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남원 감독의 거취마저 안갯속에 빠지며 창단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기업은행은 20일 안방에서 현대건설에 패했다. 개막 7연패 뒤 힘들게 첫 승을 따냈던 기업은행은 연승에 도전했지만 다시 연패를 걱정하게 됐다.
하지만 희망도 봤다. 올 시즌 팀이 치른 경기 통틀어 이날 경기력이 가장 좋았다. 높이가 장점인 현대건설을 상대로도 중앙 활용이 돋보인 것은 물론 패턴 플레이도 잘 이뤄졌다. 승점 사냥에는 실패했어도 최하위 탈출을 기대해볼 만한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구단은 변화를 꾀할 모양새다. 이러한 분위기는 20일 경기를 마치고 조송화와 김사니 세터 코치의 이탈에 대해 설명하던 김호진 사무국장의 말에서 감지됐다.
김 사무국장은 조송화 이탈에 대해 "감독님 지도 스타일에 대한 고충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사무국 입장에서는 한 명의 선수를 잃는 것 자체가 엄청난 전력 손실이다. 어떻게든 잘 마무리 짓는 것이 최적이다"라고 말했다.
선수가 경기와 훈련에 관련한 감독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항명이다. 그러나 구단은 오히려 선수 편을 들었다. 김 사무국장의 설명 속 그 어디에도 감독을 옹호하거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문제는 대안이다. 서 감독 부임 이전 물망에 올랐던 지도자들은 현재 소속이 있는 상태라 데려오기란 쉽지 않았다. 때문에 기업은행이 이미 내부적으로 논의됐었던 김 코치의 감독대행 승격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독에게 불만을 품고 두 차례나 팀을 이탈한 코치가 팀의 사령탑에 오른 케이스 배구계를 넘어 프로스포츠 전체를 통틀어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 김 코치가 감독대행직을 수행한다면 조송화 역시 임의탈퇴가 아닌 구단 내부 징계 등의 명목으로 자연스럽게 팀에 돌아올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적잖은 실망감과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팀을 떠났던 김 코치가 19일 갑작스럽게 복귀한 것도 사실상 감독대행 승격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몇 년째 같은 문제로 고민하면서도 같은 대응으로 사태를 키워온 기업은행. 과연 이번에는 어떠한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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