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가 뜨자,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통제하는 디지털 화폐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로,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요 통화국의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CBDC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선진국을 비롯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CBDC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의 86%가 CBDC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약 60% 이상이 실험 및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 시스템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일수록 CBDC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하마, 동카리브연합, 캄보디아 등 신흥국들은 금융시스템 혁신의 기회로 삼아 국가 차원에서 CBDC를 공식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CBDC의 도입 수준에 따라 활용 범위도 다르다. 일반 소액결제 등 특정 영역에 도입하는 CBDC 1.0, 은행거래·채권발행·결제 등 리테일 영역에서 거래 익명성이 강화된 CBDC 2.0, 전체 금융 생태계 혁신의 중심으로 역할을 하는 CBDC 3.0으로 분류된다. 현재 중국은 CBDC 3.0 환경을 목표로 디지털 화폐 상용화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중국은 실질적인 CBDC 도입 단계에 진입했으며, 글로벌 국가 중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상업은행으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상업은행이 시중에 이를 유통하는 방식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기술과 중앙 집중형 관리를 합친 '혼합형' 모델로 설계됐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통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국가들이 CBDC를 도입하려는 이유로 크게 ▲위기 ▲경쟁 ▲기회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중앙은행이 민간 혁신 금융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페이스북 등 민간기업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등 기존 금융산업에 맞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 화폐로, 미국 달러, 유로화 등 법정 화폐처럼 1대1의 고정가치를 둘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중국의 CBDC 도입이 빨라짐에 따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통화국들에서 CBDC 도입 논의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 더불어 국가 간 송금 시스템 개선을 위한 혁신 관점에서도 CBDC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은행의 CBDC 컨설팅을 담당한 커니코리아의 진창호 상무는 지난 7일 한 세미나에서 "현재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CBDC 1.0과 2.0에 넘어 CBDC 3.0으로까지 확대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과거 우주개발 경쟁의 금융판이라고 비유될 정도로 CBDC 도입에 대한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의 외부적 압박이 심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 8월부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CBDC 모의실험에 착수했으며, 내년 상반기 중 CBDC 유용성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는 12월까지 발행·유통·환수 등 CBDC의 기본 기능의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1단계 테스트를 진행한다. 내년 1월부터 6월까지는 2단계 테스트를 실시한다. 통신 불능 등 장애 환경에서의 결제, 오프라인 결제,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등 CBDC의 확장 기능을 검증한다.
윤성관 한국은행 전자금융부장은 지난 8일 한 컨퍼런스에서 "시기를 확정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추세나 분위기로는 우리나라도 도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은행은 도입이 결정되는 시점에 차질없이 즉각적으로 발행에 나설 수 있도록 사전 준비 업무를 철저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박진영 기자(sun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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