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지금은 기후위기] 지구 가열화↑ 엘니뇨·라니냐 사라질 수도 있다


IBS 연구팀, 지구온난화 시뮬레이션 결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이산화탄소 농도가 치솟고 지구 가열화가 빠르게 진행되면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미래에는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는 그 반대이다.

2016년 이른바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동남아시아에서는 유례없는 가뭄으로 쌀· 설탕 생산량이 급감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는 홍수로 대두 수확량이 줄었다. 엘니뇨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이 같은 기후 현상이 미래에 사라진다면 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엘니뇨-남방진동(ENSO)은 적도 동태평양 해수 온도의 이상 현상인 엘니뇨(El Niño)와 대기 기압 배치의 이상 현상인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의 합성어이다. 엘니뇨 또는 라니냐 현상의 발생과 강도에 따라 태평양 해수면 온도와 기압이 변동한다. 이러한 현상을 합쳐 ‘엘니뇨-남방진동’이라고 한다.

전례 없는 공간 해상도의 대기-해양 결합 모델에서 시뮬레이션 된 해수면 온도. 적도 태평양에서 보이는 물결 모양 구조의 차가운 해수 흐름이 열대 불안정파를 나타낸다. 해당 시뮬레이션은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가 수행했다.  [사진=IBS]
전례 없는 공간 해상도의 대기-해양 결합 모델에서 시뮬레이션 된 해수면 온도. 적도 태평양에서 보이는 물결 모양 구조의 차가운 해수 흐름이 열대 불안정파를 나타낸다. 해당 시뮬레이션은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가 수행했다. [사진=IBS]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높은 상태인 엘니뇨와 낮은 상태인 라니냐는 순환한다. 지난 1만1000년 동안 중단 없이 지속한 강력한 자연 기후 변동 현상이다. 이 현상이 중단된다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 가열화가 지속하면 엘니뇨-남방진동이 종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기후물리 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미국 하와이대와 함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미래 엘니뇨-남방진동의 변동성을 예측했다.

연구팀은 IBS의 슈퍼컴퓨터인 알레프(Aleph)를 이용해 해양 10㎞, 대기 25㎞의 전례 없는 공간 해상도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주로 100㎞ 해상도를 사용하는 기존 연구보다 해상도를 4배가량(대기 기준) 높인 것이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대기와 해양에서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기상‧기후 현상들까지 상세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엘니뇨‧라니냐 발생과 종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기 열대저기압과 적도 태평양 열대 불안정파(tropical instability waves)를 연구했다.

열대 불안정파는 일반적으로 라니냐 조건에서 발달하며, 차가운 해수의 치솟음으로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를 적도 밖(off-equatorial)의 따뜻한 해수와 혼합시켜 라니냐 현상의 소멸을 가속화시킨다.

연구팀은 현재 기후와 이산화탄소 농도 대비 2배, 4배로 증가시켜 지구온난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실험을 담당한 이순선 연구위원은 “100년 이상의 미래 기후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슈퍼컴퓨터는 1년 넘게 쉼 없이 돌아갔다”며 “생성된 데이터만 테라바이트(TB) 하드디스크 2000개를 채울 수 있는 방대한 용량”이라고 설명했다.

분석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미래 엘니뇨-남방진동 온도 변동성이 약화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크리스티안 웬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연구원(전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할 경우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이 현재 기후 대비 6% 약화했고 4배 증가하면 31%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엘니뇨-남방진동은 현상을 강화시키는 ‘양의 피드백’과 약화시키는 ‘음의 피드백’의 결합으로 결정된다. 지구 가열화 기후에서는 음의 피드백이 더 강해진다. 지구 가열화 기후에서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강하게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지속적 온난화가 수천 년 동안 계속된 가장 강력한 자연적 기후 변동을 잠재울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잠재적 상황이 전 지구 기후시스템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래 ENSO 변동성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변화가 전 지구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ENSO 변화에 따른 국지적, 지역적 규모의 기상·기후 변화 특징에 대해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연구성과(Future high-resolution El Niño-Southern Oscillation dynamics)는 8월 27일 기후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실렸다.

◆엘니뇨 현상과 전염병(https://youtu.be/3-6OGnPdY8A)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지금은 기후위기] 지구 가열화↑ 엘니뇨·라니냐 사라질 수도 있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