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후위기] 먼지 폭풍 시대…세균과 오염물질 옮긴다


기후위기 심각해지면서 먼지 폭풍 더 자주 일어나

2020년 3월 발생한 애리조나 먼지 폭풍. [사진=NASA]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건조한 날씨, 불볕더위, 오랫동안 이어진 가뭄, 잦은 산불….

21세기 현재 미국 남서부 기후를 대변하는 문장이 돼 버렸다. 미 남서부에서는 먼지 폭풍이 자주 발생한다. 가시거리가 짧아진다. 교통흐름에 방해가 된다. 먼지 폭풍에는 균은 물론 여러 오염물질이 섞여 있다. 공기 질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콕시디오이데스(Coccidioides)’는 위험하다. 이 곰팡이 균에 감염되면 기침, 고열, 두통, 식은땀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른바 ‘계곡열(Valley fever)’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조지메이슨대는 이 같은 먼지 폭풍을 추적하고 연구하는 독창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NASA 연구원이자 조지메이슨대 교수인 대니얼 통(Daniel Tong) 연구팀은 지역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먼지 폭풍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본을 채취하는 것이었다. 먼지는 바람에 휘날리고 흩어지기 때문에 샘플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인공위성 데이터와 컴퓨터를 통해 연구할 수 있는데 지상에서 직접 샘플을 채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지 폭풍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케이크 팬(Cake Pan)’을 이용했다. 가게에서 산 케이크 팬에 구슬을 가득 채웠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구슬의 고르지 않은 표면을 먼지가 지나갈 때 가라앉는 원리를 이용했다. 침전된 먼지는 팬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다. 한 번에 몇 주 분량의 샘플을 수집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조지메이슨대 연구팀은 이 샘플에서 DNA를 추출하고 중합 효소 연쇄 반응 등을 통해 계곡열 원인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NASA의 테라 위성에 실려있는 MODIS(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 데이터를 결합시킨다.

MODIS는 먼지 폭풍에서 반사되는 빛을 감지해 폭풍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위성을 통해서는 먼지 폭풍의 장기적 흐름을 파악한다. ‘케이크 팬’ 장치를 이용한 샘플을 분석하면 균과 오염물질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지상과 위성 공조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통 박사 연구팀은 먼지 샘플 수집을 위해 '케이크 팬'을 이용했다. [사진=NASA]

통 박사는 먼지 폭풍과 계곡열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한 최초의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1만5천건의 계곡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계곡열뿐 아니라 다른 질병과 여러 오염물질이 먼지 폭풍을 타고 옮겨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에 개발된 ‘케이크 팬’ 수집장치는 인공위성 데이터와 결합해 먼지 폭풍과 계곡열 사이 인과관계는 물론 그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지 폭풍은 1930년대 최악을 보였다. 당시 미국 서부의 농장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반복되는 고통 때문에 집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통 박사는 “기후위기가 이 같은 위협을 되살리고 있다”며 “(최근 여러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기후 모델을 보면 미국 서부와 남서부는 더 건조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먼지 폭풍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부분”이라며 “이 때문에 계곡열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먼지 폭풍 흐름과 그 속에 어떤 균과 오염물질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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