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오는 9월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 폐쇄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 법률 개정안만 10여개가 넘도록 나오며 입법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개정안들이 공통적으로 실명계좌 인증 요건을 금융당국이 직접 하도록 변경하고 신고 기간을 뒤로 미루는 등 내용도 비슷해 법안 심사에 부담을 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관련 법 개정 시도만 10개…당국 감독·유예기간 확대 목소리
6일 가상자산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발의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해 가상자산 관련 법안 개정안은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총 10개가 발의된 상태다.
박용진 의원안을 비롯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주환 의원안)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이용우 의원안)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김병욱 의원안)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양경숙 의원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강민국 의원안) ▲가상자산 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권은희 의원안) 등이다.
이달에도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배진교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등 3명이 추가로 전자금융법과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질서유지와 이용자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등의 영업을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하고 신고하도록 만들고,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대부분이다.
가장 최근에 개정안 발의를 진행한 조명희 의원은 실명계좌를 '신고 불수리 요건'이 아닌 '금융거래 요건'으로 변경해 거래소가 계좌 없이도 신고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를 적용하려고 신고 유예 기간도 6개월 연장한다.
윤창현 의원은 금융정보원(FIU)이 관리하는 '가상자산거래 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해 심사토록 하고, 개정 절차가 적용되도록 신고 유예기간도 현행에서 6개월 연장한다.
양경숙, 권은희 의원은 모든 가상자산업에 대해 ‘인가제’를 적용토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자본금 30억원 등 자격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에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용우(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세부 업종에 따라 인가제(거래업)와 등록제(보관관리, 지갑서비스업)를 병용한다.
◆ 법안 세부쟁점 조율 장기화 전망…금융당국 원론적 입장도 걸림돌
문제는 지금까지 쌓인 유사 법안들의 세부 쟁점을 조율하고 대안을 마련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특히 관련 법안만 10개가 난립하면서 법안 심사 등 국회에서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 한 위원은 "위원들 사이에서 가상자산 거래에 나타나는 투자자 피해 등 시급한 문제의 보완이 급하다는 의견과 특금법 시행효과를 지켜보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는 금융위원회도 법안 개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신고 유예기간은 6개월(9월 24일까지)이며 그 이후 별도의 유예기간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당장 9월 중순까지는 사업자 등록을 완료해야 하고, 내년에는 과세 문제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인데 법안 개정에 대해서는 혼란만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라며 "지금 논의해도 늦은 상태인데 금융당국이 너무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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