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허리띠 졸라 살아남은 카드사, 수수료 재산정 임박하자 식은땀


여신금융협회, 적격비용 분석 컨설팅 기관 선정 작업 개시

[그래픽=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카드업계의 최대 걱정거리인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작업이 개시됐다. 정치권에서 수수료 인하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는 상황이라 이번에도 압박이 거셀 전망이다. 지난 해 비용 감축을 통해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얼핏 인하 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업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비용 마케팅을 줄인 결과인 만큼 일반화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분석을 도맡을 컨설팅 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여러 회계법인에 참여 요청 제안서를 보냈다. 최종 선정까지는 약 2주 정도 걸릴 전망이다.

수수료 재산정은 원가분석 등을 거쳐 올해 말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조정된 수수료율은 가맹점에 내년 초 반영된다.

◆ 다시 돌아온 수수료 재산정…이번에도 또?

가맹점 수수료는 신용판매를 주업으로 삼는 카드사에겐 매우 중요한 수익원이다. 수수료율은 서비스 판매에 필요한 원가(적격비용)에 카드사별 마진에 따라 정해진다. 적격비용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최근 3개년간의 비용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컨설팅 기관 등으로 구성된 실무 태스크 포스(TF)가 분석한다.

지난 2012년 카드사 원가 분석을 통해 가맹점이 부담하는 게 합당한 비용인 적격비용만 수수료율에 반영하고, 정책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해선 적격비용(원가) 미만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된 바 있다.

가장 최근의 재산정 작업은 2018년에 있었다. 당시 개편을 통해 우대수수료율 적용 구간은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30억원 이하 가맹점으로 확대되며 수수료가 낮아지게 됐다.

신용카드의 경우 연매출 5~10억원, 10~30억원 구간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각각 0.65%포인트(p), 0.61%p 떨어진 1.4%, 1.6%로 조정됐다.

체크카드도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이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으로 확대됐다. 연매출 5~10억원, 10~30억원 구간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각각 0.46%p, 0.28%p 떨어진 1.1%, 1.3%로 인하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재산정 작업에서도 수수료율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연초 업무 계획을 통해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체계 개편을 통해 수수료를 합리화하고,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엔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코로나19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의 경영환경이 더 열악해졌다며 연간 매출액이 2억원 이하인 영세 소상공인에게 카드수수료율을 추가로 우대해주는 '영세 소상공인 카드수수료율 우대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비용 줄었지만, 일회성 요인 커"…또 내리면 인력 구조조정 가속화 우려도

2018년 가맹점 수수료 개편으로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개편 첫해인 지난 2019년 KB국민카드·신한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롯데카드 등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4조4천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다. 지난 해 3분기말 누적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3조2천686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73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의 실적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2018년 7개 카드사의 당기 순익은 1조6천432억원이었는데, 이듬해는 1조5천306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엔 3분기 만에 2018년 실적과 맞먹는 누적 당기순익 1조6천164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업계가 경계하는 건 최근의 실적 개선세를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 여지가 있다'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수수료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위험관리비용·일반관리비용·밴수수료비용·마케팅비용·조정비용 등으로 구성되는데, 실제 카드업계의 실적 개선 배경엔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용과 마케팅비용의 감축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야외 활동이 어려워지자, 고비용이 수반되는 마케팅인 여행·숙박·테마파크 관련 이벤트를 진행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으로 원리금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등으로 대손비용을 덜 쌓은 측면도 있었다. 덜 써서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고비용 마케팅을 줄였던 특수한 한 해였다"라며 "적격비용을 산출할 땐 직전 3개년의 통계가 들어가는데, 코로나라는 특수성을 배제한 채 결과만 보고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식으로 판단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영세·중소신용카드가맹점 선정 결과에 따르면 원가 이하인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연매출액 30억원 이하 신용카드 가맹점은 278만6천여개, 전체의 96.1%로 집계됐다. 업계는 추가 인하에 나설 경우, 인력 구조조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카드사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이 같은 비용 감축분을 추가 인하 여력으로 보고 수수료율을 또다시 내릴 경우 카드사들의 구조조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라며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금조달비용만 보면 인하될 여력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그간 카드업계의 조달비용은 감소하긴 했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주로 카드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시장금리의 바로미터 격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018년 1월 30일 2.30%에서 지난 해 12월 31일 0.97%까지 하락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 재산정을 할 땐 3년간 카드사들이 쓴 비용을 보는 만큼, 2020년을 안 볼 수는 없다"라며 "다만 아직 회계법인 지명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 비용이 어떻게 책정될지 예단하긴 어렵다"라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 재산정은 실무 TF에서 원가분석과 적격비용을 산정하면, 관계기관 회의와 업계 간담회, 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지난 2018년이 경우 5월부터 원가분석이 진행돼 11월 26일에 종합개편방안이 발표됐다.

/서상혁 기자(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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