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화웨이 제재'라는 암초를 만났다.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삼성디스플레이를 바짝 추격하겠다고 자신했지만, 화웨이 제재 여파로 시장 내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BOE는 최근 중국 쓰촨성에서 열린 '차세대 디스플레이 컨퍼런스' 행사에서 오는 2024년까지 플렉시블 OLED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플렉시블 OLED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중소형 OLED다.
특히 3~5년 내 BOE 쓰촨, 충칭의 플렉시블 OLED 출하량이 전 세계 3분의 1, 많게는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뛰어넘어 1위 자리까지 넘보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2분기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BOE는 24.4% 점유율로 삼성디스플레이(63.2%)와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1분기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81.9%, BOE 8.5%였다.
하지만 화웨이 공백으로 인해 공장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출하량 하락이 예고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올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과 LG디스플레이 E6 팹 가동률을 각각 93%, 96%로 예상했다. 반면 BOE B7라인 가동률은 3분기 39%, 4분기에는 2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BOE는 전체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도 2위 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스마트폰용 OLED 매출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66.6%, BOE 17.1%였다. 그러나 3분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70.8%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반면 BOE는 13.7%로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4분기에는 BOE가 LG디스플레이에 2위 자리마저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77.9%, LG디스플레이 12.2%, BOE 6.9%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BOE의 점유율 하락이 화웨이 제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BOE는 화웨이의 주요 공급사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미국 제재로 인해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해오던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내년 상황은 더욱 안 좋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현재 15.1%에서 내년 4.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BOE는 애플 납품에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인 애플을 잡을 경우 화웨이 공백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패널을 공급받아왔는데, 올해 신제품은 라인업을 확대함에 따라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아이폰12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함께 공급하고 있다. BOE는 생산수율과 품질 문제 때문에 애플 패널 공급사로 선정되지 못했다.
BOE는 애플 OLED 패널 승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폰12 신제품 수리용 패널이나 차기작에 패널을 납품하기 위해서다. 로스 영 DSCC 창업자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아이폰13 시리즈 패널 공급사에 BOE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BOE가 최대 고객사를 잃게 되면서 대체 수요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고객사를 확보할지라도 화웨이 공백이 큰 만큼 당분간 점유율 확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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