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 스마트폰은 엣지가 없어요. '아재(아저씨)'들이 쓰는 폰 아닌가요."
한 때 '갤럭시' 시리즈로 이 같은 쓴 소리를 들어야 했던 삼성전자가 '아재폰'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을 접고 펼치는 등 폼팩터에 다양한 변화를 줬을 뿐 아니라 '톰브라운', '조셉앤스테이시' 등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스마트폰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커스텀 서비스도 강화해 젊은 층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공개하는 세 번째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2'에 기본 색상 외에 고객들이 원하는 색상을 적용한 맞춤형 힌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추가되는 색상은 플래티넘 실버, 리치 골드, 루비 레드, 사파이어 블루 등이다.
삼성전자는 사전에 주문하는 고객에 한해 '갤럭시Z폴드2' 힌지에 맞춤형 색상을 적용시킬 예정으로, 이에 따른 추가 요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Z폴드2'는 다음 달 1일 공개돼 국내에선 오는 18일 정식 출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 예약 기간은 9월 11일부터 17일까지일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출고가는 전작 239만8천 원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낮아질 전망이다. 또 전작의 내구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긁힘 자국이 덜한 초박막강화유리(UTG)가 적용되며, 전면 카메라는 '펀치홀'로 교체된다. 커버 디스플레이는 전작(4.6인치)보다 커진 6.2인치, 내부 디스플레이는 전작(7.3인치)보다 큰 7.6인치로, 기존보다 화면을 키웠다.
색상은 미스틱 브론즈와 미스틱 블랙 두 가지로 출시된다. 또 '갤럭시Z플립'처럼 명품 패션 브랜드 '톰브라운'과 손잡고 '갤럭시Z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올 초 선보였던 '갤럭시Z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은 예약판매 2시간여만에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의 가격은 297만 원으로 다소 비쌌지만,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켜 추가 판매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이번에 또 다시 '톰브라운'과 손잡고 '갤럭시Z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을 내놓는다. 이 제품에는 '톰브라운'의 시그니처 색상과 삼색 패턴이 적용되며, '갤럭시버즈라이브', '갤럭시워치3'과 함께 패키지로 구성된다. 특히 '갤럭시워치3'는 삼성 스마트워치 최초로 티타늄 소재의 제품이 이번 '톰브라운' 패키지에 포함된다. 패키지 가격은 4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등에는 최근 관련 영상도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톰브라운' 외에 최근 프리미엄 패션 잡화 브랜드 '조셉앤스테이시'와도 손잡고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총 7가지 색상으로 출시된 '갤럭시노트20'를 스마트폰을 넘어 차별화된 패션 아이템으로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조셉앤스테이시'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갤럭시노트20' 전용 가방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지난 7월에는 젊은 층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과도 손잡고 '갤럭시 BTS 에디션'을 선보였다. '갤럭시S20플러스'와 '갤럭시버즈플러스' 등에 BTS 상징색인 보라색을 적용시켜 팬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으며, 각 제품들은 온라인 사전 판매 시 하루 만에 완판됐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에 자신만의 감성을 더할 수 있는 '커스텀 스킨' 부착 서비스도 제공했다. 소장 욕구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가 좋아하는 색상·패턴·캐릭터를 인쇄한 필름을 스마트폰에 직접 부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외형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은 젊은 층의 소유욕을 자극해 제품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특히 일부 브랜드와 한정판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희소성을 높여 제품의 가치를 더 끌어올리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져 있다.
또 일각에선 애플 아이폰 특유의 '감성'을 쫓아가지 못해 젊은 층 확보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따른 움직임으로도 해석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9세 여성 중 아이폰 사용 비율은 58%였고, 30대 여성 중엔 44%였다. 전체 아이폰 사용 비율인 18%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9일 수원사옥에서 열렸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내 '타운홀 미팅'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들렸다. 한 직원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에게 "갤럭시를 '아재폰'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이를 극복할 방안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우리가 쌓아왔던 이미지가 잘못된 게 아니다"며 "밀레니얼과Z세대뿐 아니라 아재까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색상, 재료, 마감 등을 젊게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내년 신제품부터는 과감하게 이를 적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이 같은 노력에도 애플의 기세를 쉽게 꺾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니아 층이 두터운 애플 역시 오는 10월께 '아이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도 전략폰인 '갤럭시S20'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11'에 밀려 고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아이폰11'로 나타났고, 2위는 '갤럭시A90 5G', 3위는 '갤럭시S20 플러스'로 조사됐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2%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 화웨이는 18.7%로 작년보다 1.2%p 늘었고, 애플도 점유율을 2.3%p 끌어올렸다. 중국 중저가폰 3인방인 샤오미·오포·비보도 점유율이 0.4~1.1%p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고객 충성도가 높아 '코로나19' 사태에도 판매 실적이 양호했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이 코로나 사태와 겹치며 판매 부진을 겪었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된 데다 신제품 사이에 뚜렷한 기술적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플이 신제품을 4분기에 출시할 계획인 만큼 이전까지는 사실상 삼성의 독무대로 볼 수 있다"며 "삼성이 그 동안 '갤럭시노트20'과 '갤럭시Z폴드2'로 점유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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