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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街 2·3세가 뛴다] 수면아래 '포스트 임성기'…한미약품 소유·경영 분리


임 전 회장 부인 회장 추대…형제간 지분 상속 다툼 사전 예방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유난히 전문경영인이 드물고 2~4세로의 경영승계가 활발해서다. 최근 분위기는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제약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맨손으로 오늘날의 제약업계를 일군 창업 1세대 퇴진과 함께 그 자녀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뉴스24에서는 [제약街 2·3세가 뛴다]는 기획을 통해 젊은 경영인의 뒤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송영숙 가현문화재단 이사장(72)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지난 2일 타계한 창업주 고(故) 임성기 전 회장(향년 80세)의 부인인 송 이사장이 신임 회장인 셈이다.

임 전 회장과 송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부사장으로 모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임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34.27%의 지분이 향방에 따라 '포스트 임성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는 41.39%를 보유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임 전 회장이 34.27%로 최대주주고, 장남인 임종윤 대표가 3.65%를 보유하고 있다. 장녀 임주현 부사장이 3.55%, 차남 임종훈 부사장이 3.14%, 송 신임 회장이 1.26%를 보유하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송 회장은 현 경영체제와 R&D가 흔들림 없이 지속하고 고인의 부재에 따른 혼란을 해소하는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송 회장은 임 전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중단 없이 계속 신약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간 업계에선 임 전 회장의 장남 임종윤 대표가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북경한미약품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고, 2016년부터는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대부분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을 맡아 대외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예상과 달리 한미약품이 송 회장을 추대한 것은 임 전 회장이 생전에 밝힌 의중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형제간에 향후 지분 상속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고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이어가기 위해 송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3남매의 어머니인 송 회장이 신임 회장에 올라서며 경영 체제는 일단 정리됐다. 다만 지분 승계에 대해선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임 전 회장의 34.27%에 달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지분이 누구에게 집중적으로 가느냐에 따라 차기 구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별도의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면,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송 회장과 3남매는 각 1.5:1:1:1의 비율로 지분을 상속받는다. 송 회장이 12.69%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구조다. 송 회장은 사실상 임 전 회장의 뒤를 이은 후계자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한미약품 안팎에서는 올해 72세인 송 회장의 경영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 회장을 중심으로 3남매와 전문경영인의 경영체계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난 후 한미약품의 경영권을 세 자녀 가운데 누가 맡을지는 결국 송 회장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는 소유와 경영 분리체제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송 회장은 1948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 숙명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2002년부터 한미약품 소속 가현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해왔다. 해당 재단을 중심으로 2003년에는 한미사진미술관을 직접 설립했고 이 공로로 2017년 프랑스 정부에서 문화예술공로훈장인 '슈발리에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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