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넥슨이 지난 6월 설립을 발표한 2개의 게임 개발사들이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이들 개발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신작 게임 개발이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개발사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총책임자가 지난해 넥슨 고문으로 영입된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니만큼, 허 대표를 필두로 넥슨이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넥슨은 또 두 개발사의 전반적인 규모를 기존 개발실 인원보다 확대해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내부 전배 인원과 별개로 외부 인력을 채용하기로 한 배경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넥슨에서 신규 개발사로의 내부 전배 인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력 채용공고 활발…신규 프로젝트 본격화되나
30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에서 분사하는 두 개발사는 7월 중순부터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개발에 참여할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을 각각 모집하고 있다.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앞서 넥슨이 지난 6월 '조인트벤처(합작법인)' 형태로 설립을 발표한 개발사들이다. 넥슨과 원더홀딩스가 동일한 지분으로 2개의 개발사를 신설했다. 신설 개발사에는 각각 김동건 넥슨 데브캣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와 박훈 카트라이더 개발조직 선임 디렉터가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허민 대표는 전체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PD)를 맡게 됐다.
신설 개발사의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법인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다만 넥슨에서는 '데브캣 본부'와 '카트 서울신설법인'이라는 사명으로 채용공고를 다수 올렸다. 기본적으로 경력 채용 중심이다. 이들은 신규 개발사 소속으로 채용된다. 법인명을 최종적으로 정하더라도 '데브캣'이라는 사명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브캣 본부는 '마비노기 모바일'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구체적으로 '마비노기 모바일'의 PM(프로젝트 매니저), UI·웹·앱·브랜드 디자이너, 애니메이션·배경 3D 모델·테크니컬 아티스트를 채용한다. 카트 서울신설법인은 말 그대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개발 조직이다. 게임 기획자, UI·UX 디자이너, 캐릭터 모델러, PM, 게임 프로그래머 등을 모집한다.
통상 업계에서는 직원을 대규모 채용할 경우 게임 개발이 본궤도에 돌입한 상황으로 본다. 초반에는 초기 기획 인원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개발팀만을 운용하다가, 전반적인 개발 방향이 정해지면 개발자·디자이너 등을 대거 채용하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별 프로젝트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통상 큰 틀의 개발 방향이 정해졌을 때 본격적인 인재 채용을 한다"며 "넥슨의 인재 채용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이미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 이미 넥슨에서 올해 중 출시가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엑스박스 팬 페스티벌 X019' 행사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플레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오는 2021년 중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격적으로 개발 진행에 박차를 가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라는 두 기대작을 축으로 허민 대표의 영향력이 점차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두 개발 법인의 별도 설립에도 허민 대표의 뜻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허 대표가 넥슨의 최대 흥행작 중 하나인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인물이니만큼 그가 다시 한 번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 6월 새로운 합작 법인 설립 소식에 대해 전하는 내부 공지에서 "원더홀딩스를 이끌고 있는 허민 대표와는 지난해 전략적 투자 단행 및 외부 고문 영입 이후 꾸준히 게임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다양한 시도들에 대한 논의를 나눠왔다"며 "시스템적으로 기존과 완전히 차별되는 별도의 개발 법인을 공동으로 설립함으로써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산출물들이 역동적으로 생산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개발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인력 충원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허민 대표는 두 프로젝트에 대해 개발 과정에서 전체적인 틀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고문' 역할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파격적 인센티브 내걸었지만…인력 이동 답보?
하지만 일각에서는 넥슨의 이번 경력직 채용이 당초 계획보다 넥슨 본사에서 신규 개발사로의 인력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신규 법인으로 합류는 구성원 개개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될 것"이라며 "신규 법인에 합류하는 직원들에게는 1천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고, 회사 발행 주식의 최대 10%를 임직원 보상으로 할당하며 영업이익의 최대 20~30%를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획기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법인의 상장도 중장기적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신규 법인으로의 합류를 독려했지만, 생각만큼 내부에서의 움직임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기존 프로젝트 규모는 유지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인원 이동이 규모만큼 이뤄지지 않아 외부에서 추가 인원을 충원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존에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팀에서 일한 직원들 중에서도 전배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신설법인은 기존 넥슨 판교사옥이 아닌 서울시 강남구의 별도 공간에 사무실을 마련한다. 데브캣 스튜디오는 삼성역 인근, 카트 서울신설법인은 선릉역 근처의 별도 공간에서 근무한다. 이미 업무공간에 대한 임대는 완료했으며 올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직원들이 이곳에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근무지가 달라지는 데다가 본사에 갖춰져 있던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전배를 망설이는 직원들이 상당수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상장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상장 시점을 정한 것은 아니고, 인센티브의 경우도 산정 방식에 따라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보니 나름대로 작지 않은 인센티브임에도 본사에 남기로 한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넥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기존 조직보다 인력을 확대해 분사하기로 내부 결정을 했고 이에 따라 활발하게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현재도 내부 인력의 신규 개발사로의 전배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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