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한화그룹이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한화종합화학의 그룹 내 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이를 통해 개인회사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 증대에도 나서면서 경영권 승계 '키(Key)'로 급부상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100% 자회사이자 국외 투자용 지주사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을,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은 미국 자회사 한화종합화학USA(Hanwha General Chemical USA)를 지배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USA는 미국 내 LNG에 이어 수소사업 투자에 나섰다.
앞서 2018년 말 한화종합화학USA가 574억원(51%)을, 한화에너지는 547억원(49%)을 각각 출자해 그린 니콜라 홀딩스(Green Nikola Holidings)를 설립하고 미국 수소트럭 기업 니콜라 지분 6.13%를 취득했다. 해당 자금은 한화종합화학이 종합화학글로벌에, 종합화학글로벌은 종합화학USA에 출자했다.
니콜라는 미 증권거래소 상장 첫날인 4일 주당 33.75달러에 거래됐는데, 3거래일만인 8일 73.27달러를 기록해 '잭팟'을 터트렸다. 한화종합화학과 한화에너지의 니콜라 투자 지분가치는 1조9천억원으로 무려 19배 늘어났다. 니콜라는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수소 트럭 스타트업으로 '제2 테슬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종합화학글로벌→종합화학USA로 부의 이전
아울러 한화종합화학은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사업에도 진출한 바 있다. 한화종합화학USA는 2018년 LNG개발업체 넥스트디케이드에 3천500만달러(418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글로벌 리딩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5천만 달러(600억원)를 추가투자했다.
넥스트디케이드는 미 텍사스주 더 우드랜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 리오그란데 LNG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의 액화 기술과 GE의 가스터빈 및 압축시설을 활용, 연산 2천700만톤의 LNG액화플랜트를 브라운스빌에 건설하는 170억달러 규모의 사업이다.
LNG사업 투자방식은 니콜라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종합화학글로벌에 출자하고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은 한화종합화학USA 유상증자에 참여해 재출자하는 방식으로 실탄을 조달했다. 즉, 그룹의 해외 신사업은 사실상 한화종합화학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동관 부사장은 태양광 신사업에 투자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화종합화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이번 니콜라 투자에 김 부사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미국 내 전문가 그룹과 함께 투자정보를 수집하고 니콜라 창업주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한화종합화학 통해 에이치솔루션계 기업가치 높이는 김동관
한화종합화학은 김동관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화종합화학이 신사업 투자에 성공할수록 김동관 부사장의 경영능력은 입증되는 데다 김동관 부사장의 개인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극대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 최대주주는 39.1%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배하는 에이치솔루션 100% 자회사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부사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25%씩 보유했다. 즉, 김동관→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종합화학으로 연결됐다.
한화그룹의 경영승계 시나리오로는 ▲에이치솔루션과 (주)한화 합병 ▲김동관 부사장이 김승연 회장의 (주)한화 지분 인수 등 방식이 거론된다. (주)한화와의 합병시 유리한 비율을 산정받기 위해서는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극대화가 필수적이다.
한화종합화학이 투자한 니콜라와 넥스트디케이드 사업성이 높을 수록 에이치솔루션 기업가치도 커진다. 한화종합화학은 상장(IPO)도 앞두고 있다. 삼성과 한화 빅딜 당시 한화는 삼성과 2021년까지 종합화학에 대한 IPO를 약속한 바 있다. 상장이 이뤄지면 에이치솔루션 라인의 자산가치는 뛰어오르게 된다.
한화가 경영승계 방식으로 '정공법'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조직적 승계를 추진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은 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화그룹이 3형제가 보유하던 한화S&C(現 한화시스템)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제재 심의 절차에 착수하면서다.
만일 김동관 부사장이 김 회장의 (주)한화 지분 22.6% 전량을 상속·증여받을 경우 세금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포함해 대략 2천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이 최근 5년간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수령한 배당금은 총 850억원이며 배당소득세 제외한 실 수령액은 719억원이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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