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회사 측은 서무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업무지원센터'를 신설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상 서무 도급화 및 구조조정의 시작 단계입니다. 저희는 이 같은 불합리한 사측의 '배짱 인사'를 인정할 수 없으며, 승리하는 그 날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앞에서 만난 신현옥 아모레퍼시픽 전임직(서무직) 노동조합(노조) 지부장은 회사 측이 단행한 업무지원센터 신설이 결국 업무 저성과자를 가려내고, 이를 통해 사실상 도급화 혹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전 단계라 주장하며 이 같이 말했다.
◆"업무지원센터 신설, 구조조정 전단계 조치"
아모레퍼시픽 노조(노조)에 따르면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전임직의 업무를 한 곳으로 통합한 업무지원센터를 신설했다. 전임직은 매출·회계·세무·채권 등의 전산처리를 담당하는 '서무직'을 일컫는 아모레퍼시픽 사내 용어로, 통상 사내 팀당 1~2명이 근무한다. 업무지원센터는 이들 전임직 인원을 한 곳에 모아 신설된 조직으로, 팀별로 구분돼 있던 서무업무를 일원화한 것이다.
노조는 이 같은 서무 업무 통합이 사실상 서무 업무를 자회사나 도급회사로 일원화시키고, 업무 효율이라는 이름하에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전 단계라고 주장했다. 또 팀별로 서무 업무의 프로세스가 다른 만큼, 업무지원센터가 신설될 경우 구성원간의 마찰이 발생함과 함께 업무 효율이 저해돼 결국 피해는 전 직원이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지부장은 "업무지원센터로의 일방적 통합은 원활한 서무 업무 진행에 차질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서무 업무 프로세스가 흔들림에 따라 나타나는 피해는 결국 직원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직 직원 대상 권고사직, 전임직까지 이어질 것"
아모레퍼시픽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이 단순히 업무 통합 및 경쟁 프로세스 도입에 따른 반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업무진행센터 신설이 결국 최근 사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고사직 바람'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일부 일반직(관리직) 직원에 대한 권고사직 조치를 희망퇴직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희망퇴직 절차와 달리 사내 공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력별 기준도 없으며, 일부 저성과자를 특정해 평가면담을 진행하고 퇴직금과 경력에 따라 수 개월치 급여를 더 지급하며 내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진행중인 희망퇴직 조치는 사실상 정리해고에 가까운 일이며, 지금 일부 일반직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이 같은 조치가 전임직 대상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업무지원센터로 업무를 통합할 경우 저성과자를 양산하는 것으로 이어져 사측이 보다 더 '수월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통상 팀내 일원으로 업무 성과를 평가받는 것과 달리, 업무지원센터로 통합되게 되면 각 팀마다 달리 진행돼 온 프로세스를 익힌 직원들 사이에서 혼란이 격화될 것"이라며 "결국 단순 업무에도 과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고, 불의의 피해를 입고 저성과자로 낙인찍히는 직원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결국 회사는 이를 핑계삼아 서무 업무를 도급화 혹은 자회사화해 구조조정을 편하게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 "업무지원센터는 파일럿 테스트…권고사직 진행 하지 않아"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사측은 업무지원센터 신설로 인해 인력을 이동 배치하거나, 전임직만을 모아 둔 공간을 만드는 등의 조치는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으며, 노조의 주장과 달리 도급직으로의 전환 등 처우 변경도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업무 유닛당 소수가 배치돼 평가상 불이익을 받는 인원이 있고,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 등 도입으로 업무 범위가 좁아지는 전임직 직원들의 장기 근속을 위한 역량 개발 차원에서 업무지원센터를 신설했을 뿐, 불이익은 일절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업무지원센터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됐을 뿐 인력 조정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이며, 일종의 파일럿 테스트 형식으로 '시험' 중인 제도"라며 "실제 근무 위치 변경 등 직원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는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다.
또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정리해고형 희망퇴직' 진행 의혹에 대해서도 인사철에 으레 있는 업무 관련 면담이 진행된 것이 와전됐을 뿐 퇴사를 종용하는 등의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인사평가·이동 철을 맞아 일부 직원에 대해 인사 관련 면담이 진행된 것이 권고사직을 진행하는 것으로 와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이라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퇴사를 종용하는 경우는 전혀 없고,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측과의 소통 문제가 막연한 불안감으로 이어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를 통해 원활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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