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대한항공이 6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항공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사실상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업계에 '감원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3일까지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운항승무원과 기술·연구직, 해외근무 직원 등을 제외한 전 직원이 대상이다.
대한항공이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6년여 만이다. 당시 약 110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 10월에는 근속 만 2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3개월 단기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희망퇴직에 대해 "정년(60세)에 앞서 새로운 인생 설계를 준비하는 직원들에게 보다 나은 조건으로 퇴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제성은 없으며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신청한 직원에 한해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항공업황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을)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버릴 것"이라고 말하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업계 안팎의 시선은 자연스레 다른 항공사들로 옮겨지고 있다. '맏형' 격인 대한항공이 희망퇴직에 나선 만큼 업계 전반에 '감원 한파'가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매각을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4월 희망 휴직을 받은 데 이어 5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난달 무급 휴직을 진행한 바 있다.
항공업계는 공급 과잉, 일본 불매 운동 등의 여파로 인해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항공사들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노선 수요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만 해도 국내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여객 수는 89만1천851명으로 전년보다 43.7% 감소했다. 일본 불매 운동이 본격화된 8월 22.8% 감소세를 보였는데, 비수기에 들어서자 감소 폭이 커진 것이다. 일본 대체 노선으로 꼽히는 홍콩은 민주화 시위로 인해 수요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에도 대한항공을 제외한 항공사들이 적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제주항공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하고, 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 적자 폭을 확대하는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플라이강원이 취항한 데 이어 내년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이 취항하면서 출혈 경쟁까지 예고되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회복이 쉽지 않을 때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인건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결국 인력 조정으로 이어진다"며 "항공업황이 당분간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조조정 이슈는 계속 따라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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