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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필승코리아펀드는 '애국'을 지워라


소·부·장 국산화 지원효과 없어…'열매 따먹기' 일 뿐

[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필승코리아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내놓은 이 펀드는 일본의 무역규제 등으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에 이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도 제외하면서 소•부•장 국산화, 극일(克日)이라는 전국민적인 염원을 등에 업고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14일 출시 이후 ‘애국펀드’ ‘대통령펀드’로 불리며 가입규모가 한달만에 640억원을 기록했고, 현재는 900억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출시 10여일 뒤 직접 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5천만원을 가입하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동선 하나 하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이다. 대통령은 왜 필승코리아펀드의 홍보모델을 자처했을까?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가입해서 소부장 국산화에 힘을 실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이 때문인 지 ‘필승코리아펀드 가입=소부장 국산화 지원=애국’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대통령이 가입한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정치인, 장관,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스포츠스타 등 각계각층 주요 인사들의 가입행렬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나도 소부장 국산화에 동참했다’고 홍보하는데 혈안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인의 투자행위를 자랑스레(?) 널리 알릴 이유는 없지 아니한가.

과연 필승코리아펀드가 소부장 국산화에 도움이 될까? 상품설명서를 보면 ‘상장된 주식’과 ‘기업공개를 위한 공모주’에 투자한다. 비상장 업체엔 투자할 수 없다. 국공채 등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사모사채권은 못산다. 상장돼 있더라도 개별기업의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필승코리아펀드 자금이 소부장 업체에 직접 흘러들어가는 건 전혀 없다. 연구원들의 월급에 한푼 보탤 수 없고,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볼트 하나 사는 데도 쓰이지 않는다. 오로지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사고 팔 뿐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소부장 관련 업체의 편입비중이 40%라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대형주를 잔뜩 담았다. 증시에서 주식을 아무리 많이 산다고 소부장 국산화에 도움이 될까. 주가가 2배, 3배, 심지어 10배 올라도 국산화가 앞당겨질 리는 없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내세운 소부장 국산화와의 연결고리는 운용보수(0.5%)의 절반을 떼서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특성화대학 장학금 및 연구소에 지원하고, 공익단체의 사회공헌활동에도 기부키로 했다. 가입금액이 1천억원일 경우 기부금은 2억5천만원이다. 이게 소부장 국산화 지원효과가 있을 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정부는 6개분야 100대 핵심부품 국산화에 5년간 3조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은행 등도 관련 업체에 대출금리를 내리고 한도는 늘리는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돈이 없어서 국산화를 못하는 일을 없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펀드 가입 후 “이 펀드가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기업들이 흔들리지 않고 성장,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서는데 든든한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승코리아펀드는 애초부터 ‘씨앗’이 될 수 없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정부 지원정책의 수혜를 겨냥한 ‘열매 따먹기’ 일 뿐이다. ‘돕는’ ‘지원하는’ ‘응원하는’ 등의 수식어는 다 헛소리다.

필승코리아펀드 가입자 중 상당수는 투자수익을 기대하면서도 이왕이면 애국하는 마음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투자자들을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애국’ 색깔을 지워야 한다.

문병언 기자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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