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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과열 경쟁'…현대百 등장에 '쩐의 전쟁' 재발 우려


현대百면세점 "개별 여행객 집중" 주장에 면세업계 '반신반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면세시장에 첫 발을 들이면서 업계에 '송객 수수료 전쟁'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다이궁)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벌이던 면세점들은 신규 업체의 등장에 수수료율을 두고 또 다시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각 면세업체별 평균 송객 수수료율은 롯데·신라가 10% 중반대, 신세계·두산 등 신규 업체들은 2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말에는 롯데와 신세계 주도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다 송객 수수료가 40%대까지 뛰었다. 송객 수수료는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이 올해 강남점을 오픈했지만 기대한 것보다 쇼핑객이 없는 데다 국경절 특수를 노리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달 과도하게 수수료를 올렸다"며 "이에 자극받은 롯데면세점이 수수료를 올려 두 업체가 경쟁을 하다보니 결국 수수료율이 40%를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적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두 업체가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수수료 경쟁을 중단하며 지금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 상태"라면서도 "내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오픈하고 나면 수수료 경쟁은 조만간 다시 시작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과 달리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일단 다이궁보다 개별 관광객과 내국인 고객을 타깃으로 영업을 펼칠 계획인 만큼, 수수료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는 "현재 면세 시장은 수수료 경쟁이 너무 심해 이전 상태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다이궁의 구매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우리는 몇 개 여행사를 통해 개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더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에서 관광객에 대한 규제가 조금씩 풀리고 있고, 내년쯤에는 방문객들이 더 늘어나 면세업계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개별 관광객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맞다고 본다"며 "신규 사업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면세점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고품격 라이프 스타일 면세점'을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수수료율을 높여 면세점 매출의 일등공신인 다이궁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초기 안착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면세점 매출 구조상 외국인 비중은 65%로, 이 중 90%가 중국인 매출이고 여기서 또 90%는 다이궁이 차지한다"며 "각 면세점들이 다이궁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현대백면세점만 개별 관광객과 내국인을 공략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면세점이 수수료 경쟁에 이미 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많다. 수수료는 20% 초반 수준으로 일단 책정한 것으로 안다"며 "인근에 위치한 면세점들도 벌써부터 맞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개별 관광객만 겨냥하겠다는 현대백화점 측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오픈함과 동시에 송객 수수료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신세계면세점이 2016년 명동에 첫 시내면세점을 오픈했을 당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업체보다 약 10%p 가량 수수료를 올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신세계면세점은 오픈 초반에 시장 안착에 성공하며 업계 빅3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지난해 롯데면세점 본점, 신라면세점 장충동점에 이어 연 1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세 번째 점포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이 같은 전략으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으면서 강남점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펼쳤다"며 "최근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수수료 전쟁이 붙은 것도, 업계의 송객 수수료율을 높여 놓은 것도 신세계 역할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각 업체들의 송객 수수료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3년 2천967억 원이었던 송객 수수료는 지난해 1조1천418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1조2천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 면세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 대신 대리구매상인 다이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송객 수수료율을 점차 높이기 시작했다"며 "대신 매출 규모에 비해 이익률은 쪼그라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5조4천544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9.3% 급락한 25억 원에 그쳤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3분기 실적 발표 시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반면 수수료 경쟁을 지양하겠다고 선언한 신라면세점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백화점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수익성 악화로 3분기에 다소 부진한 성적이 예상된다"며 "업체간 수수료 경쟁 심화,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규제 강화 가능성 등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오픈하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 신세계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업체들도 이에 대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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