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 시총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이재용 리스크가 삼성을 넘어 국내 증시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7일 증권가에서는 이재용 리스크가 국내 증시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한 데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는 계속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까지 치솟았던 데에는 자사주 매입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의 이슈도 있었지만 반도체가 장기 호황 사이클에 접어든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총수가 구속되면서 의사결정 신속성이 떨어지거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삼성전자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차원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이날 장 초반 삼성전자가 1.95%까지 떨어지면서 코스피지수도 2070선으로 주저앉았으나 오후 10시께부터 낙폭을 줄이며 2080선에 안착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06%(1.26포인트) 떨어진 2080.58에 거래를 마쳤다.
한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이재용 리스크는 하루짜리 영향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전자가 망한 것도 아닌 데다, 지난달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부터 오너 리스크는 삼성전자 주가에 반영돼 왔기 때문에 증시에 갑작스런 타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요인과 부정요인이 충돌하면서 국내 증시가 횡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을 필두로 특검 수사가 대기업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대형주들이 동반 부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가 비교적 선방하더라도 롯데·SK·CJ 등의 주가가 떨어지며 국내 지수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도 롯데그룹주가 대부분 하락했으며 SK는 2.22%, SK네트웍스는 1.05%, SK이노베이션은 0.95% 빠졌다. CJ는 보합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조 애널리스트는 "국정농단에 연루된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에 한국 증시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들에 대한 수사가) 아직 가시화된 건 아니기 때문에 증시가 망가질 것이라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지수 상승에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부터 수출이 개선되기 시작했고 소비도 향상되는 상황이라 삼성전자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며 "오히려 삼성전자 집중도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기타 소비주 쪽으로 투자심리가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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