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산업활동에서 배출되는 합성 염료, 폐플라스틱 등의 독성 물질은 자연 분해가 어려워 환경오염과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
기존 화학적 처리 방식은 2차 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친환경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 연구팀이 난분해성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고효율 친환경 미생물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사선 이용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방사선을 이용해 난분해성 오염물질을 친환경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균주를 개발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정종현 박사 연구팀이 방사선을 이용해 개발한 고성능 난분해성 오염물 제거 균주의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연]](https://image.inews24.com/v1/e6f9051e25e57a.jpg)
균주는 미생물을 특징에 따라 나눈 것으로 동물을 역할에 따라 구분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개가 탐지견, 썰매견, 경비견으로 나뉘듯 미생물도 질병 치료, 발효, 환경 정화 등 목적에 따라 나뉜다.
유산균으로 활용되는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 균주, 하수처리에 활용되는 슈도모나스(Pseudomonas) 균주가 대표적이다. 연구와 산업 분야에서는 특정 목적에 맞는 균주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일반적 친환경 오염물질 제거 방법은 오염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락카아제(laccase)'라는 효소를 가지고 있는 박테리아를 이용한다. 박테리아 배양액에 오염물질을 넣으면, 박테리아가 생성한 락카아제(laccase) 효소가 이를 분해하는 원리다.
기존에는 락카아제를 직접 개량해 정화 효율을 높였는데 개발 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한계가 있었다.
원자력연구원 정종현 박사 연구팀은 인천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구리이온 농도가 높을수록 락카아제가 활성화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처럼 이 효소를 직접 개량하는 대신, 구리이온을 통해 락카아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락카아제를 가지고 있는 균주(MBLB0692)의 구리이온 내성을 강화했다.
락카아제 활성을 위해서는 구리이온을 주입해야 하는데 일반적 균주는 구리이온이 많아지면 독성이 생겨 생장에 어려움을 겪는다. 균주의 구리이온 내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균주에 존재하는 수십개 유전자의 개량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방사선이 한 번에 여러 유전자를 변이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감마선조사시설에서 방사선을 조사해 구리이온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 기법을 설계했다.
실험을 통해 대부분의 미생물이 생장할 수 없는 10mM(10밀리몰) 농도의 구리이온에서도 생장이 가능한 균주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만든 새로운 균주는 락카아제 활성도가 기존보다 2.6배 높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균주의 락카아제 생성, 구리 흡수와 배출 과정에 관련된 유전자가 활성화됐음도 확인했다.
다양한 합성 염료를 분해하는 실험에서도 이 균주는 대부분의 염료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분해했다.
앞으로 연구팀은 새로운 균주를 기반으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은 물론,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등 유용한 기능성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균주를 추가로 개발해 자원순환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미생물 기반 친환경 기술은 미래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난분해성 유해물질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Eco-friendly decolorization of synthetic dyes using whole cell biocatalyst with enhanced copper resistance)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엔바이러멘탈 리서치(Environmental Research) 3월호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