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 49%를 기록했다. 제조업 '꿈의 영업이익률'은 10%지만, 이를 다섯 배나 뛰어넘은 셈이다.
TSMC는 밀려드는 첨단 인공지능(AI) 칩 주문으로 7나노미터(㎚) 이상 고급 공정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에 달했다고 밝혔다.
TSMC는 16일 지난해 4분기 매출 8684억 6000만 대만달러(약 38조4206억원), 영업이익 3746억 8000만 대만달러(약 16조5758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8%, 영업이익은 57% 증가했다. 주당 순이익은 14.45 대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TSMC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총이익률은 59%, 영업이익률은 49%, 순이익률은 43.1%로 집계됐다.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0%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강자인 SK하이닉스가 30% 후반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TSMC가 압도적 이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TSMC가 애플,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퀄컴 등 빅테크 고객사의 AI 칩 주문을 독식하며 많은 이익을 남겼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3나노 공정 가격을 일부 올린 점도 영업이익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TSMC는 당시 대만 현지 전기요금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일부 공정 웨이퍼 투입 가격을 올렸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북 등 자사가 설계한 A·M 시리즈 칩 전량을,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전량을 TSMC에 맡기고 있다. 이들 대부분 7나노 이상 고급 공정에서 생산하는 첨단 칩이다.
실제로 TSMC의 4분기 공정별 매출 비중은 △3나노 26% △5나노 34% △7나노 14%로 집계됐다. 7나노 이상 선단 공정 비중이 74%에 달했는데, 전 분기보다 5%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응용처별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제품은 단연 엔비디아가 주문한 고성능컴퓨팅솔루션(HPC) 제품군이었다.
TSMC가 4분기 생산한 반도체 가운데 HPC가 53%를 차지했고, 스마트폰은 35%였다. 사물인터넷(IoT)용은 5%, 차량용은 4%, 가전용은 1%에 불과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반도체 주문도 TSMC가 사실상 독점했다. 4분기 지역별 매출에서 북미가 75%를 차지하며, 중국(9%)을 사실상 8배 이상 앞질렀다. 2022년까지만해도 TSMC의 중국 매출 비중은 30%대에 달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자 중국 고객사와 거래를 상당 부분 정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TSMC가 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를 사실상 독점한 걸 두고 미국, EU 등 주요 공정 당국의 제재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수요 둔화, '트럼프 2기' 출범 후 보편 관세 정책, 미중 무역전쟁 격화도 변수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TSMC는 올해 1분기 예상 매출로 250억~258억 달러를 제시했다. 금융투자사들의 예상치였던 244억 달러를 4%가량 웃도는 가이던스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최근 발표된 미국 수출규제에 대한) 분석을 아직 다하지 못했지만, 언뜻 보기엔 감당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연간 시설투자 규모는 380억~42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시장이 예상했던 352억 달러를 웃돌았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2공장, 일본 구마모토 2공장 등에 신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문승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가 4분기 실적 지표, 1분기 가이던스, 올해 연간 시설투자(CAPEX)까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치를 발표했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정책과 중국 파운드리 할인 이슈 등 외부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일단 폭발적인 AI 수요로 이를 상쇄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