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2025년 국내 철강산업에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 악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미 수출 쿼터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으로 규제가 더 강화될 상황에 처해 있다.
새로운 외풍이 몰아치는데 중국산 저가 물량 밀어내기는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이 국내 내수를 장악한 것도 철강업계를 고심하게 만드는 요소다. 정부는 중국 기업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철강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 역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철강업계는 건설경기 불황에 따른 유탄도 맞게 됐다. 철강업계는 건설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현재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까지 맞물려 나타난 고환율 장기화 등 건설경기 불황에 따른 영향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에 EU CBAM까지 대외 변수 심화
트럼프 당선인 집권 이후 대미 수출 물량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인 지난 2018년 당시 미 정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과 대신 수입쿼터제를 도입했는데 2기 행정부에서 이 물량을 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철강재 54개 품목, 263만톤(t)에 대해서만 25%의 관세를 면제하는 대신 이를 넘어가는 물량은 수출할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및 수입쿼터 축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 바 있다. 더욱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내년 취임 이후 중국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 캐나다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그의 집권 이후 보호무역주의 색채는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탄소배출량 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인 EU CBAM 방정식은 더욱 복잡하다. 오는 2026년 시행을 앞두고 당장 내년부터 철강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데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철강업계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년 안에 탄소 배출을 상쇄할 기술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제도 적응에 대한 준비도 마련해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CBAM 대상 품목 대 EU 수출액 51억 달러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억 달러(89.3%)에 달한다.
中 저가 물량 밀어내기에 철강사 수익성 피해 직격탄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는 철강업계 불황의 근원적 요소다. 중국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 따라 자국 철강 물량을 외부에 저가로 밀어내면서 국내 철강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753만5041t으로 지난 2022년(675만5759t) 한 해 물량을 넘어섰다. 사실상 중국 물량이 내수 철강 시장을 잠식한 것이다.
중국이 철강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시장 업황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은 지난 2022년 10억 1800만t에서 이듬해인 2023년 10억 1900만t으로 점진적으로 철강 생산을 늘리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 불황에 따라 내수 소비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서 잉여 물량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물량에 신음하는 현대제철은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지만 업계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따라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열연을 직접 생산하지만 열연을 통해 완제 철강을 만드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동시다발적인 원자재 값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건설 경기 불황에 철강도 덩달아 악재 직면
고환율 등 건설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가운데 정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 확대로 점진적 개선을 기대하는 의견이 엇갈린다.
철강업계는 사실상 건설업계에 연동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재 건설 내수 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진 형국이다. 실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48조 4000억원이었던 건설수주액이 지난해 206조 70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역시 205조원대의 수주액이 예상된다. 건설 수주액이 경기를 선 반영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역시 극심한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다만 정부는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모를 35조원에서 40조원으로 5조원 늘렸다. 해당 조치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출 리스크가 감소하면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이 용이해져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자금을 보다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은 고무적 요소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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