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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아디오스 김연아, 한국 피겨는 어디로?


'피겨여왕' 은메달 획득하며 미련없이 은퇴, 피겨계 과제는 산적

[이성필기자] 누구나 예상했던 올림픽 2연패는 홈 텃세에 억울하게 날아갔다. 판정논란이 커졌지만 '여왕'은 개의치 않고 금메달 이상으로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떠났다.

'피겨 여왕' 김연아(24)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219.11점(쇼트프로그램 74.92점, 프리스케이팅 144.19점)을 받으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했고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량을 보여줘 2연패 기대감이 컸기에 은메달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김연아가 남긴 업적들을 생각하면 소치에서 따낸 은메달은 사실 아쉬움보다는 또 하나의 찬란한 훈장으로 박수를 보내고 또 보내야 할 일이다. 2018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면에 나선 것은 물론 보통의 피겨 선수라면 은퇴했을 나이에 1년이 넘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전성기에 가까운 기량을 유지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선 뒤 1년의 공백을 가졌다. 그랑프리 시리즈를 거르고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2등을 했다. 올림픽 금메달로 목표의식을 잃어버린 듯한 김연아의 진로를 놓고 각종 추측이 쏟아졌다. 고심하던 김연아는 2012년 7월, 소치 올림픽까지 선수로 뛴 뒤 은퇴하겠다고 마음을 정리했다.

올림픽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서두르지 않은 김연아는 그 해 12월 NRW트로피 대회로 복귀했다. 세계선수권 이후 무려 1년8개월 만에 빙판에 나서는 것이었다. 이후 종별선수권대회를 거쳐 2013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218.31점(쇼트 69.97점, 프리 148.34점)을 받으며 여왕다운 자태를 뽐냈다.

그 다음 행보는 더 놀라웠다. 2013~2014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로 소치 올림픽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오른발 중족골 부상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그래도 당황하지 않았고 12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 출전으로 중간 점검을 했다. 2013 세계선수권 이후 골든 스핀까지 공백 기간도 무려 1년 9개월이었다.

그렇게 순탄하지 않은 준비 끝에 올림픽에 나선 김연아는 쇼프프로그램 74.92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정확한 기술 구사는 물론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리듬에 맞춰 애절한 연기로 예술성도 확인했다. 무결점 연기는 부상과 공백이 문제가 아님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아디오스 노니노'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교과서 점프'를 보여주며 완벽하게 연기를 마쳤다. 누구나 김연아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그러나 금메달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역대 여자 싱글 사상 두 번째로 높은 224.59점을 획득하며 가져갔다. 소트니코바는 프리스케이팅 점프에서 한 차례 착지 실수를 저지르고 스핀에서도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고득점을 받았다.

소트니코바는 프로그램 구성요소에서 김연아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수행점수(GOE)를 후하게 챙겼다. 무려 5.76점이나 더 높았다. 예술점수(PCS)에서조차 김연아보다 높은 경우도 있었다. 김연아가 2006년 시니어 데뷔 후 근 9년 동안 서서히 향상시켜온 PCS를 소트니코바는 단 1년 만에 10점 이상 얻는 등 천재성(?)을 발휘했다.

납득하지 못하는 결과에 여기저기서 심판진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와 비난이 쏟아졌다. 올림픽 2연패를 했던 '전설' 카타리나 비트(독일)나 미셸 콴(미국) 등이 강하게 비판하는 등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급기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판정 과정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ISU는 "문제가 없다. 판정은 공정하다"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대회가 끝났지만 한동안 피겨 여자 싱글 판정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판정 논란을 뒤로하고 김연아는 세계 최고의 여자 피겨선수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예고했던 대로 빙판을 떠나게 됐다. 김연아 자신은 판정 논란에 대해 "결과에 신경쓰지 않는다. 더 간절한 사람이 금메달을 가져갔다"라며 너그럽고 쿨한 자세를 보였다.

소치 무대를 끝으로 김연아는 은퇴했다. 이제 한국 피겨계는 '포스트 김연아'를 하루빨리 육성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대회서 한국은 김해진(17, 과천고), 박소연(17, 신목고)이 김연아와 함께 출전해 프리스케이팅까지 진출, 올림픽을 제대로 경험하는 큰 기회를 얻었지만 아직 정상권 실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창 올림픽까지 남은 4년 동안 이들 외에 조경아(17, 과천고), 최휘(16, 과천중), 변지현(15, 강일중), 박경원(15, 도장중) 등 가능성 있는 인재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피겨 전용 경기장 건립 등 인프라 확장에도 힘을 내야함을 재확인했다. 피겨 전용 경기장은 김연아가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뒤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했던 것들이지만 여전히 크게 나아진 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유망주들이 고액을 지불하고 빙상장을 대관하느라 경제적인 어려움에 애를 먹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고스타 김연아가 빠져 나간 피겨의 인기를 어떻게 유지할 지도 중요하다. 선수들은 관심속에 성장한다. 김연아 참가한 국내 대회의 위상이 달라졌던 점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깊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또, 유망주들이 국제대회에 더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을수록 더 빨리 성장한다는 것을 김연아를 통해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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