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크루세타... 재계약 이유는 '검증'

드디어 삼성의 용병 구색이 모두 갖춰졌다. 역시 변함은 없었다. 올 시즌 마운드에서 활약한 브랜든 나이트(31)와 프란시스코 크루세타(28) 모두 삼성과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나이트는 총액 35만달러(계약금 5만, 연봉 30만), 크루세타는 총액 33만달러(계약금 3만, 연봉 30만)에 2010시즌 삼성의 선발 마운드를 굳건히 지킬 책무를 부여받았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의 재계약 통보 마감일인 지난달 25일 나이트와 크루세타를 모두 보류명단에 포함시켰다. 즉, 이들과 재계약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재계약 기간(12월 31일) 안에 실제로 계약서에 도장을 받을 지 여부에는 말을 아꼈다. 바로 크루세타 때문이었다.

나이트는 시즌 중반 발목 부상으로 방출당한 루넬비스 에르난데스(29)의 대체 선수로 입단해 선동열 감독에겐 청량제같은 역할을 해냈다. 8월 1일(KIA전) 불펜투입돼 1이닝을 시험피칭한 이후 내리 5경기서 모조리 승리투수가 된 것.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최종결과 11경기 60.2이닝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3.56이라는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최근 2년간 '용병잔혹사'에 시달린 선동열 감독으로서는 고민할 필요없이 '나이트 OK'를 외쳤다.

문제는 크루세타였다. 크루세타는 올 시즌 30경기 출장해 9승 10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했지만, 기복이 심해 구단으로서는 재계약을 두고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에는 윤성환의 극심한 불운을 모두 메워주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지만, 7월 15일 두산전 승리 이후 9월 19일 히어로즈전 승리까지 두 달 가까이 승수를 올리지 못하는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화력 지원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이 시기에 크루세타는 제구력에서 불안감을 노출한 것이다.

특히, 시즌 후 마무리 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고민을 더하게 한 요소였다. 선 감독은 크루세타의 제구력을 가다듬기 위해 오키나와 마무리훈련부터 지옥훈련을 시킬 계획이었지만, 합류한 크루세타의 몸상태가 좋지 못했고, 결국 그대로 돌려보내야만 했다.

이에 선 감독과 구단 측은 크루세타의 공백을 메워줄 만한 타자 용병 영입이 가능하다면, 그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계획도 귀띔했다. 크루세타로서는 간담이 서늘해질 만한 얘기다.

하지만 결국 삼성은 크루세타를 다시 안고 가기로 결정했다. 크루세타만큼 던져줄 용병 투수를 구하기도 힘들고, 풀타임 활약하며 9승을 올려준 투수를 대체할 만한 거포 용병 영입도 녹록지 않은 탓에 그와의 재계약을 추진한 것이다.

삼성은 올 시즌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5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면서 선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은 단단히 독기가 올라있다. 신인 선수들마저 '내가 입단한 해에 불상사가 생겼다'고 바짝 군기가 들어있을 정도다. 때문에 선 감독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검증'된 투수를 더욱 조련시켜 명가의 자존심 회복을 꾀할 셈이다.

과연 나이트와 크루세타는 2010시즌 삼성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낼 수 있을까.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이 됐기에 부상이라는 악재만 없다면 삼성은 2010시즌 '용병행복사'를 쓸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