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류승완 감독, 적당한 뺄셈으로 탄생한 '모가디슈'


"'군함도'서 배운 소재주의의 함정, '모가디슈' 적정거리로 만들었죠"

[조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영화감독 류승완이 또 한 번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중에도 25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개봉작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다. 지난달 28일 개봉해 22일째에 누적관객 수 250만 명을 돌파하며 2021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연일 2천명 내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는 중이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모가디슈'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내전 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리얼함과 몰입감, UN 회원국 가입을 위해 경쟁 상황이던 남북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소말리아를 극적으로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이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여기에 빗발치는 총알을 피하는 카체이싱 장면도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압도적 스케일까지 함께 담겨 올 여름 필람 영화로 등극했다.

당초 작년 개봉을 두고 이야기가 나왔던 '모가디슈'였지만, 류승완 감독은 "겨울 개봉을 고려했는데 코로나 상황도 고려하고 영화의 분위기도 여름에 개봉하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에 여름 개봉을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대륙에 내리쬐는 태양과 뜨거운 열기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 최근 팬데믹 상황으로 많은 영화가 극장 대신 OTT를 선택하고 있지만, 류승완 감독은 절대 OTT로 개봉할 생각이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스펙타클의 차원이 아니라 인물들의 클로즈업, 반사되는 불빛 하나, 세세한 소리, 더운 여름에 느껴지는 모기소리, 마지막 비행기 안에 있는 것 같은 사운드 등이 핸드폰으로는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OTT 공개의 유혹이 있었지만, 제게 극장은 엄청난 의미다. 영화를 만들고 나서도 김윤석 씨도 '우리 영화는 절대로 스트리밍으로 보낼 수 없다'고 하셨다. 흥행을 생각하고 손익분기점만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건 관계의 문제다. 영화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느냐의 문제. 저는 극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모가디슈'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에게 극장은 작품을 관람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의 꿈을 이뤄준 곳,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곳, 꿈을 가진 사람들과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곳 등의 의미였다.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품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려 선택한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 때의 경험이 '모가디슈'를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고 적절한 시점에 남북한 대사관들의 소말리아 탈출기를 적절한 시기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군함도' 이후에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졌다기 보다는 이 소재가 저를 이끌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저는 치밀한 사람도 아니고 제 인생 계획도 못 짜는데 어떻게 큰 걸 계획하겠냐.(웃음)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이 시점에 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군함도'를 하면서 장면 연출에 대한 훈련을 해봐서 '모가디슈'를 할 수 있었다. '군함도'가 없었으면 '모가디슈'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체력이 길러진 것"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영화화 시킬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적당한 뺄셈'이었다. 극적인 이야기가 넘치는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겨 담았을 때 오히려 반감이 드는 요소는 과감하게 버리는 게 중요했다.

"실제 있었던 일을 다 담으면 전쟁 상황을 자극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더라. 이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극적인 순간들이 넘치고 있어서 뺄셈이 중요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어떤 시각으로 보여줄 것인가, 이걸 다 보여주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포커스가 뭉개진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어떤 일이 실제로 다 벌어졌는지 보여드리기엔 어려울 것 같아서 적절히 조절했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모가디슈'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극적인 상황이 넘치는 실화에서 자극적인 사실을 걷어내는 작업을 거쳤다. 다듬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기에 앞서 스펙타클한 상황을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신경썼다.

"사람과 사람간의 심리상태가 중요했다. 스펙타클한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많은 요인들이 있었지만, 스스로 스펙타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고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그 상황 안에 있던 사람들과 그들의 심정을 관객들이 같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4년 전 관객에게 내놓은 '군함도'는 여러 이유로 관객에게 외면을 당했다. 이를 반성의 기회로 삼은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 때의 기억을 교훈으로 삼아 '모가디슈'를 연출했고, 그 결과 관객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소재가 좋을 수록 소재주의의 함정에 빠지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군함도'로 배웠다. 너무 극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다룰 때 유지해야 하는 적정거리를 배워가는 것 같다. 사실 준비를 꽤 오랜 시간 하면서 너무 많은 요소가 작용해 어떤 의도로 빌드업을 한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화장실에서 떠올라 이야기를 바꿀 때도 있고, 문득 떠오를 때도 있고, 자다가 꿈을 꿔서 뒤집기도 한다. 어쨌건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고 쌓아오고 행동하면서 나온 지금의 결과물이 '모가디슈'다. 저는 제가 어떻게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켜보시는 분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실 수 있을 것 같다."

/김지영 기자(jy1008@joy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