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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유통 결산]'나홀로 성장' 뷰티업계, '사드'에 발목


캐릭터 협업·고객 맞춤형 제품 출시 '봇물'…유통업체 연이어 시장 진출

[장유미기자] 경기가 불황일수록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사치품 판매만 증가하는 ''립스틱 효과''에 힘입어 올해 뷰티업계는 여전히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 김영란법,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소비 한파가 불어닥쳤지만 불황 속에서도 여성들이 고가의 쇼핑 대신 기분 전환용으로 립스틱 등 저렴한 가격의 뷰티 제품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또 여러 브랜드들이 애니메이션, 메신저 등의 유명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으며 ''약국 화장품''이라 불리는 더마코스메틱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여기에 화장하는 남자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남성 화장품 시장이 커지자 다양한 제품들의 출시도 이어졌다.

화장품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여전히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이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면서 각 업체들은 올해도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지속됐다. 특히 중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왕훙''이 중국 시장의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각 업체들은 ''왕훙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일부 로드숍 브랜드들은 세포라, 부츠 등 해외 유명 편집숍에 속속 입점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며 시장 확장에 나섰고 기존 강자들은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더 집중했다. 여기에 화장품 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하자 이를 노리고 유통 강자들도 화장품 사업에 속속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며 상황은 바뀌었다. 특히 막 중국에 진출했던 일부 중저가 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중국에서 인기있는 업체들도 장기적으로는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시작된 유해물질 논란이 확산되면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업계도 악영향을 미쳤고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생활용품 시장에서 애경에게 점유율 순위 2위를 내줬다.

◆잘 나가는 화장품, 올해도 매출 ''고공행진''

화장품 시장은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며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올 1~3분기 기준 각각 영업이익이 14.8%, 31% 증가했으며 해외 사업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한방 화장품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올해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후가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것은 14년만이다.

또 해외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총생산액과 수출액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정부가 한국 화장품 수출액을 3년 후 70억 달러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수출 주력 품목으로 지정한 후 성장세는 더욱 가파른 추세다. 중국 역직구 수출의 경우 화장품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14년 1천190여만 달러에서 올해는 1억740여만 달러로 규모가 대폭 급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면세점, 수출에 집중돼 있어 실질적으로 내수 경기는 갈수록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화장품 시장은 10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나 저출산의 영향 등으로 신규 고객들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년부터 규모가 다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 보따리상 매출 등이 내수 매출과 합쳐져 성장하는 것처럼 착시가 일어나는 것일 뿐"이라며 "점차 소비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에 답을 찾지 못한 업체들은 앞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더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릭터 만난 화장품, 매출 ''쑥쑥''

내수 시장이 점차 침체되고 국내 화장품 시장 경쟁이 과열되자 업체들은 올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메신저, 유명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은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미샤의 ''라인프렌즈 에디션''은 지난 1월 12일 론칭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미샤는 라인프렌즈의 인기에 힘입어 3년만에 1분기 흑자 전환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페이스샵은 ''디즈니'', ''카카오프렌즈'' 등과 손을 잡고 제품을 출시했으며 특히 디즈니 쿠션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7만여개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 외에도 토니모리는 포켓몬과 한국 인기 캐릭터인 코코몽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브랜드숍 등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명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하게 펼쳐졌다"며 "이는 브랜드의 난립으로 경쟁은 심화되고 동시에 화장품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며 업체들이 품질과 디자인만으로 차별점을 갖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가속화…中 넘어 신시장 개척 적극 나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지속되자 로드숍 브랜드와 중소화장품 업체들도 해외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일부 브랜드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세를 타며 성과를 거두고 있어 인지도가 낮은 신생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크레모랩은 인도네시아 최대 화장품 유통기업인 ''C&F 퍼퓨머리(perfumery)''와 신규 계약을 체결하며 신시장 개척에 성공했고 올해 신규 론칭한 ‘클라뷰’는 중국 온라인몰에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인기리에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또 미국 뷰티 유튜버나 매스컴을 통해 유명해진 ‘네오젠’ 역시 올해 미국 세포라 매장 입성에 성공했다.

브랜드숍들도 해외사업 확대에 좋은 성과를 거뒀다. 스킨푸드는 내년 2월 세계적인 드럭스토어 ''부츠(Boots)''의 영국 220여개 매장에 입점하게 됐으며 내년 3월에도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의 유럽 17개국 700여개 매장 입점을 확정지었다. 지난 5월 한국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세포라 유럽 전 매장에 입점한 토니모리는 입점 3개월 만에 900억원 가까운 실적을 올리며 유럽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내년에는 색조라인까지 추가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도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최근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북미 시장에 진출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콜마는 미국 화장품 생산기업 PTP의 지분 절반 이상을 인수했으며 코스맥스는 캐나다 보건국으로부터 화장품‧일반의약품 제조 부문 인증으로 캐나다 시장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사드 배치로 中 보복 본격화…화장품업계 ''비상''

사드 배치가 결정된 후 중국의 반한감정이 거세지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업체들도 비상에 걸렸다. 중국 당국은 ‘한한령이 없다’고 발표했으나 ‘K-뷰티’에 대한 위생허가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비관세장벽을 높이면서 한국업체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중국에 진출한 지 오래된 업체들에게는 아직까지 큰 타격이 없는 편이다. 반면 보따리상이나 수출, 면세점 매출 등에 의지하는 신규 중국 시장 진입 업체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메디힐 마스크팩 브랜드를 보유한 엘앤피코스메틱은 ‘왕훙’을 초청해 홍보 프로그램을 촬영했으나 방송 편성이 불발돼 울상 짓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기존에 일반 화장품으로 분류됐던 제품이 기능성으로 재분류되며 위생허가 및 통관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잇츠스킨의 경우 지난해 8월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 달팽이 점액 물질에 대한 위생허가를 신청했으나 1년 3개월째 받지 못했다.

◆화장품까지 손 뻗는 유통업체…롯데·신세계 ''출사표''

상품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자체 브랜드(PB) 론칭에 적극적인 유통업체들은 화장품 업체들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올해 잇따라 브랜드과 편집숍을 선보이며 새롭게 시장에 진입했다.

화장품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신세계그룹이다. 이마트는 7월 말 화장품 전문 제조기업인 한국콜마, 코스맥스와 손잡고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센텐스''를 선보였고 지난 9월에는 스타필드 하남에 화장품 편집매장 ''슈가컵''도 열었다. 또 신세계백화점도 이달 신세계 대구점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처음 선보였다. 여기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세계 1위 화장품 제조 전문업체 인터코스와 합작법인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도 설립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6월 한국콜마와 공동으로 화장품 브랜드 ''엘엔코스''를 론칭하고 향후 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판교점에 화장품 편집 매장인 ''엣뷰티''를 선보인 후 좋은 성과가 있자 최근 온라인 매장인 더현대닷컴에 ''앳뷰티관''까지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사드 배치와 유통업체들의 공세, 유해물질 논란과 연말에 터진 ''최순실 사태'' 등 다양한 악재들 속에서도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춰 모바일 채널을 통해 고객 소통을 더 강화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이며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펼쳤지만 일부 오너들의 모럴 해저드 등으로 비판 받기도 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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