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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티켓' 획득한 유통 빅3…독(毒)일까, 득(得)일까?


유통 빅3 중심으로 '시장 재편'…2위 신라·신규·중소업체, 어려움 '가중'

[장유미기자] 백화점에 이어 면세점도 '유통 빅3' 시대가 열렸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롯데·신세계·현대가 선정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존 사업자들의 상황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또 이번 일로 '강북' 지역에 몰려 있던 서울지역 면세점 경쟁이 '강남'으로 확산되면서 관광객 분산 효과와 함께 강북에 있던 신규면세점 및 중소·중견·업체들의 어려움은 한층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百 이어 면세 삼국지 시대 개막…'강남대전' 본격화

말 많고 탈 많던 3차 면세점 대전에서 '황금 티켓'의 주인공으로 롯데·신세계·현대가 승리를 거두면서 면세시장 역시 '유통 3사'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1천점 만점에 총점 801.5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은 800.10점으로 2위, 신세계디에프는 779.60점으로 3위에 안착하며 사업권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이르면 올해 안이나 늦어도 다음달 초, 현대와 신세계는 내년 연말에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와 현대, 신세계는 백화점 업계에서 톱3에 드는 업체들로, 이들은 상품구성(MD)과 바잉파워 등 유통 노하우를 앞세워 면세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개별 관광객을 공략하는 데 단독 면세점보다 백화점·쇼핑몰 등 다른 유통채널과 함께 운영하며 특색을 갖춘 곳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들은 기존 백화점 점포와의 시너지를 통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실제로 백화점(쇼핑몰)과 함께 들어선 면세점의 운영 효율은 호텔·면세점, 단독 면세점 등으로 운영되는 곳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자리 잡은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경우 올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2조2천억원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자리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역시 적자 행진 중인 한화 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과 달리 하루 평균 매출 약 22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며 면세시장에 첫 진출한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오픈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센트럴시티에 2호점을 오픈하게 된 신세계디에프 역시 신세계 강남점과의 연계를 통해 매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3위를 기록하던 롯데 월드타워점의 재개장과 신세계의 사업 확대, 현대의 면세시장 진출로 면세업계는 유통 3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단독 면세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신라면세점과 신규 면세점인 한화 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을 비롯해 중소·중견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시대' 열린 면세시장…'비상' 걸린 신라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으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 현대백화점면세점, 탑시티면세점 4곳이 추가되면서 사업자도 기존 9개에서 13개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대기업군은 롯데와 신라, 신세계, 한화, HDC, 두산에 이어 현대백화점까지 새롭게 가세하면서 7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또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지역에 후보지를 내세운 업체들이 이번에 황금티켓을 거머 쥐게 되면서 면세점 지형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이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이 최근 3년간 20% 가량 증가할 만큼 많이 늘어난 데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의 개별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며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코엑스가 한국 최초의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되며 '한국판 타임스퀘어'가 삼성동에 조성되는 데다 내년 4월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개장하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남으로 몰리면서 강남권 면세점들의 성장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업계 2위인 신라면세점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졌다. 현재 장충동에서 단독 매장을 운영 중인 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으로 이번 입찰전에 도전했으나 같은 지역을 입지로 내세운 현대백화점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또 현재 HDC신라면세점으로 용산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과의 시장점유율을 합쳐도 30%가 채 되지 않아 2호점 유치 성공으로 바짝 추격해 오고 있는 신세계와의 자리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신라면세점은 내년 초 한옥호텔 공사가 시작되면 장충동 점포를 맞은편으로 이전하면서 고객 이탈이 발생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롯데 월드타워점 재개장에 신세계와 현대까지 강남에 새롭게 점포를 오픈하게 되면 고객들이 이 지역으로 대거 몰릴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 이전 작업은 한옥호텔 공사 진행 상황에 맞춰 2018년 이후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관광객들의 쇼핑 패턴은 3회전으로 진행되며 처음 방문하는 곳이 명동, 특히 롯데 소공점에 95% 가량이 몰린다"면서 "기존에는 2번째 쇼핑지로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많이 찾았지만 최근 신세계와 HDC신라면세점으로 고객이 분산되면서 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신라면세점 매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세 번째로 관광객들이 찾는 곳도 기념품 위주로 구매가 이뤄지는 한화 갤러리아, 롯데 코엑스점 등으로 시장에서 갖는 신라면세점의 입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한옥호텔 건립 후에는 시너지를 낼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단독면세점 형태로 운영되는 데다 신규면세점들의 가세로 교통, 입지,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유치서 밀린 신규 사업자, 어려움 가중될 듯

면세시장 마저 유통 3사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한화 갤러리아와 두타면세점, 중소‧중견기업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유통 3사의 시장지배력이 강해질수록 명품 유치를 비롯해 인기 상품 물량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낮아진 진입장벽으로 인해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신규 면세사업자와 중소·중견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명품 업체들이 백화점 매장 운영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통 3사 입점을 더 선호하는 만큼 신규 및 중소 업체들은 명품 유치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매장까지도 뺏길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화면세점에 입점한 루이비통 매장은 이달 중 문을 닫고 입점 조건을 더 좋게 제시한 대기업 면세점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구찌까지 동화면세점 철수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명품 유치에 실패한 한화 갤러리아면세점과 두타면세점은 영업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두타면세점은 160억원, 갤러리아면세점63은 17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소업체인 SM면세점 역시 올 상반기 1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3대 명품 업체들이 거리 제한 등의 이유로 신규 면세점 입점을 사실상 꺼리고 있다"며 "루이비통 등 명품업체들이 신규 입점 대신 롯데 월드타워점 재개장을 노리고 기다린 것만 봐도 경쟁력이 증명되지 않은 신규 사업장 입점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의 성공여부는 단가가 낮은 제품을 박리다매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단가가 높은 제품군을 얼마나 들여와 선보일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직매입 구조로 운영되는 면세업계에서는 브랜드 유치력 만큼이나 제품 소싱력도 중요해 명품 유치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앞으로 좋은 제품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유치뿐만 아니라 사업자 간 '무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업체들의 송객수수료 부담도 더 커져 신규 사업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들은 사업권 포기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관광객을 두고 업체 간 유치전이 격화되면서 20% 안팎이던 송객 수수료도 최대 45%까지 급등해 부담이 더해져 신규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며 "내년부터 면세점에 부과하는 사업권 수수료를 최대 20배 늘리기로 한 것도 이들의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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