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기간을 유지하되 채권 매입규모를 축소한 것에 대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현지시각) ECB는 독일 푸랑크푸르트 본부에서 열린 정례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고 양적완화(QE) 시행 기간을 내년 3월에서 내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단, 내년 3월까지는 월간 채권 매입 규모를 현행(800억 유로)처럼 유지하지만, 4~12월은 600억 유로로 조정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테이퍼링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후 "이번 결정은 유로존 금융시장 여건이 긍정적인 상황을 유지하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9일 "12월 ECB의 통화정책회의 및 드라기 발언은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미 연준 의장의 테이퍼링 발언과는 다르다"며 "이번 결정을 테이퍼링 정책 전환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연준 의장의 경우 양적완화 규모 축소 시점을 분명히 했으나, 드라기 총재는 양적완화 종료 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데다 필요에 따라서는 채권 매입규모를 다시 800억 유로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ECB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이 애널리스트의 시각이다. 그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도 ECB 정책은 앞으로의 경제성장과 물가에 따라 가변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2017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면 채권매입규모 추가 축소와 같은 테이퍼링 가능성이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이번 정책은 진정한 의미의 테이퍼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로화 강세를 초래하기는 어렵다"며 "미 달러 가치의 강세 기조가 당분간 유효하나 2017년 1분기를 고점으로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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