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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계 대부' 조성진, LG전자 새 사령탑


1976년 금성사 입사해 선풍기 아닌 세탁기 선택…36년간 한우물

[강민경기자] 조성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이 1일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전자의 새 사령탑을 맡았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조 부회장이 이끄는 '원톱 체제'로 재편됐다. 이번에 유임된 ▲조준호 사장(MC사업본부장) ▲이우종 사장(VC사업본부장) ▲권봉석 부사장(HE사업본부장) ▲최상규 사장(한국영업본부장)이 조 부회장을 뒷받침하게 된다.

◆1976년 금성사 입사해 '대세' 선풍기 아닌 세탁기 선택…36년간 한우물

조성진 부회장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할 뻔 했다. 도자기 장인이던 부친이 아들이 중학교만 졸업하고 가업인 요업(窯業)을 잇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요업과 공업계 고등학교가 관련이 있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용산공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조 부회장이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LG전자(당시 금성사)에서 견습과정을 거쳐 1976년 9월26일 우수장학생 자격으로 입사했다. 당시에는 선풍기가 가장 인기 있고 유망한 가전 제품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들은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했지만, 조 부회장은 세탁기 설계실을 택하면서 세탁기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국내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 될 정도로 걸음마도 못 뗀 단계였다.

당시 조 부회장은 세탁기가 반드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탁기가 사람을 대신해 빨래하는 동안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조 부회장은 이후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 사업에 몸담았다. 조 부회장은 가전업계에서 '세탁기 박사'로 불린 이유다. 2012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탁기를 포함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장에 취임했다. LG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사장이었다.

◆10여년간 일본 150번 드나들며 기술 배워와

조 부회장이 입사한 후 10여년 동안은 일본 기술을 들여와야 세탁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당시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조 부회장은 90년대 초 탈(脫)일본을 넘어서 세상에 없던 세탁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의 세탁기는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구조였지만, 조 부회장은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DD(다이렉트 드라이브)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만들고 싶었다. 세탁 성능은 물론이고 에너지효율, 소음 등도 기존 방식에 비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밀한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하려니 투자비는 많이 들고,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조 사장은 십여년 동안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밑바닥부터 기술을 배웠고, 회사에는 침대와 주방 시설까지 마련해놓고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년 시절 부친이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배운 인내, 집념이 큰 버팀목이 됐다.

결국 LG전자는 지난 1998년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DD모터를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할 수 있었다. 조 부회장은 DD모터에 이어 ▲2005년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2009년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의 제품들을 잇달아 내놨다.

조 부회장은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개발해 낸 DD모터, 트윈워시 등을 귀한 자식처럼 여긴다. 실제로 조 부회장은 1998년, 2013년에 각각 LG 세탁기의 TV광고 모델로 직접 출연해 제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생활가전 사업 역대 최대 성과…근속 40년의 家電 匠人

조 부회장은 H&A사업본부장 취임 이후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기술력을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사업본부의 체질을 바꿔 놓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5대 사업부(냉장고∙세탁기∙에어솔루션∙키친패키지∙컴프&모터) 중심의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실적을 올렸다.

이후 조 부회장은 ▲2013년 얼음정수기냉장고 ▲2015년 휘센 듀얼 에어컨, 디오스 오케스트라, 트윈워시 ▲2016년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물걸레 ▲듀얼 스타일러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등 융복합 가전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조 부회장은 올해 국내를 시작으로 해외 론칭을 확대하고 있는 'LG 시그니처(LG SIGNATURE)', 한국과 미국의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올해는 조 부회장이 근속한 지 만 40년(2016년 9월 26일)이 됐고, 환갑을 맞은 해다. 또한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매출, 영업이익, 영입이익률 등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H&A사업부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1천8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수치인 7천669억원보다 크게 성장했다.

◆미래 먹거리 사물인터넷, 로봇사업 시장 선도

조 부회장은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딥 러닝(Deep Learning), 지능화 등이 가능한 생활로봇에 이르는 스마트홈 로드맵을 바탕으로 스마트홈 관련 조직을 대폭 키우고, 인공지능 개발 전담 조직도 구축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스마트씽큐 센서(SmartThinQ™ Sensor)로 일반 가전제품에 스마트 기능을 더하고 ▲새로운 스마트 가전을 확대 출시하고 ▲스마트씽큐 허브(SmartThinQ™ Hub)와 같은 스마트홈 허브 IoT 액세서리 등을 내놓으며 스마트홈 기반을 다졌다.

조 부회장은 내년에 출시하는 모든 가전제품에 무선랜(Wi-Fi)을 탑재해 구입 후 사용하는 동안 무선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스마트 기능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조 부회장은 스마트 가전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로봇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공사와 로봇 서비스를 위한 MOU를 맺는 등 생활로봇, 빌딩용 서비스를 위한 로봇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 발명품 '트윈워시' 어떻게 탄생했나

LG전자에 따르면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를 하나로 합친 형태의 '트윈워시'는 조 부회장의 아이디어와 근성으로 탄생했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대표적인 혁신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이 제품군은 LG전자 세탁기 역사상 개발 기간, 인력, 투자 비용 등에서 모두 최대를 기록했다. 8년 동안 150명이상의 개발인력과 200억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됐다.

조 부회장은 트윈워시 출시 일정을 2년 가까이 미루면서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트윈워시는 시간과 공간을 줄이면서도 분리∙동시 세탁이 가능해 세탁기를 다시 발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한국, 미국은 물론 세계 주요 국가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항상 새 옷처럼 관리해줘 인기를 끌고 있는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도 조 부회장이 먼저 제품개발을 제안했다. 조 부회장은 출장을 나가면 여행가방에 넣은 옷이 구겨져 주름을 펴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욕실에 뜨거운 물을 틀어 수증기로 채운 다음 옷을 걸어두면 주름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아내의 말에 힌트를 얻어 곧장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조 부회장은 경쟁업체들에 앞서 무선청소기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 최근에는 무선청소기 국내 매출이 유선청소기를 넘어섰다. LG 무선청소기는 흡입력, 에너지, 소음 등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조 부회장은 자택에서 시제품 6~7대를 직접 사용하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해 제품에 실제로 반영하기도 했다. 청소기를 쉽게 밀고 당길 수 있도록 손가락을 걸 수 있게 한 장치가 대표적이다.

조 부회장은 정수기의 최우선 고객가치를 위생으로 정하고 2014년 저수조가 없이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직수방식의 정수기를 처음 선보인 이후 최근까지 정수기 제품군을 빠른 속도로 직수방식으로 전환시켜왔다.

조 부회장은 모든 사업의 중심은 제품이라는 신념이 확고하다. 2013년 HA(Home Appliance)사업본부장으로 부임한 후 냉장고를 시작으로 주요 제품들을 일일이 분해하며 부품 하나하나까지 쓰임새를 확인할 정도다.

조 부회장은 자택과 집무실을 신제품을 테스트하는 장소로 사용한다. 조 부회장은 시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사용해보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등 제품 개발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 청소기 테스트를 위해 지난 4월 여의도 LG트윈타워 집무실 바닥의 카펫을 걷어내고 마룻바닥으로 바꿨다. 물걸레 키트에 보조 걸레를 달아 바닥의 찌든 때를 닦아내는 아이디어는 실제 제품에도 반영됐다. 조 부회장은 직접 샘플까지 만들어 개발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H&A사업본부장 부임 이래 줄곧 서울과 창원, 해외사업장을 오가며 근무해왔다. 올해는 대표이사로서의 일정까지 소화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창원에서 주로 근무했다. 일주일의 절반 이상은 현장을 챙겼다.

LG전자 측은 "조성진 부회장의 목표는 LG 브랜드를 고객이 열망하는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라며 "조 부회장은 장차 LG전자의 모바일, 에너지, 자동차 부품에서도 생활가전에서와 같은 신화를 만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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