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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불똥 튄 유통街, 연말 인사 '안갯속'


'위기' 속 '변화보다 안정' 택할 듯…'비상' 롯데·CJ, 인사 '불확실'

[장유미기자] 현대·신세계 등 유통업계 주요 그룹들이 다음달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급변하는 시국 상황과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국내외 여건이 악화되며 불확실성에 휩싸인 점을 감안해 대부분 소폭으로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롯데·CJ 등 일부 그룹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데다 총수들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돼 인사 문제를 좀 더 미룰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檢 칼날에 주눅 든 롯데, 인사 시기 미룰 듯

2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CJ그룹은 12월께 예정됐던 그룹 인사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특검을 앞두고 있는 데다 총수까지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서게 되면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와 청와대가 대기업으로부터 재단 출연금 등을 받는 대가로 면세점 특허권을 준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오전 롯데그룹과 SK그룹 등을 압수수색했다. 롯데그룹이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지난 6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롯데그룹은 검찰의 비리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외부에 주요 계열사의 조직 개편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올 연말 대대적인 인사 개혁을 예고했다. 그룹 정책본부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 롯데쇼핑은 미국 대형 로펌인 '아널드 앤드 포터'에, 롯데케미칼은 '김앤장'에 각각 조직 개선 방안을 의뢰한 상태로, 오는 30일 오후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조직 개편안을 공론화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면세점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다시 받게 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다음달 6일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된 데다 특검까지 앞두고 있어 인사 계획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등으로 올해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아 지난해에 이어 소폭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상황인 만큼 인사 시기뿐만 아니라 인사 대상자의 윤곽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이번 인사를 진행할 경우 '그룹 2인자'였던 이인원 부회장의 빈자리에 어느 한 명이 올라서게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이 각 사업부문과 계열사별 책임 경영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어서다. 다만 다음달 중순께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가습기 살균제 재판과 관련해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될 경우 2인자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재계에서는 롯데의 인사 폭이 올해 크지 않은 대신 정책본부 운영은 황각규 사장이, 대외협력 업무는 소진세 사장이 각각 나눠 맡는 '이원화' 체제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다 최순실 씨 측에 70억원을 건넨 혐의 등에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그룹의 혁신안 추진은 늦춰질 수도 있다"며 "여건상 연말 인사를 먼저 내고 조직 개편은 내년 초쯤 결론을 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거듭된 악재로 '몸살'난 CJ, 소폭 인사 전망

CJ그룹 역시 '최순실 게이트'에 엮여 또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3년간 총수 부재 상황으로 성장시계가 멈춰 있던 CJ는 이번 정기 인사를 계기로 경영 정상화를 노렸으나 이번 일로 다시 제동이 걸린 상태다.

CJ그룹은 현재 '이미경 부회장 퇴진 외압', 'K-컬처밸리 특혜 의혹'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1조4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K-컬처밸리' 사업은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이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기획의 거점 사업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CJ그룹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다음달 6일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

또 손 회장은 올 4월께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당시 수감 중이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건강 문제를 거론하며 선처를 부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작년 7월 말과 올해 2~3월 청와대의 요구로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연이어 만난 것과는 별개다.

CJ그룹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후 경영복귀가 점쳐지면서 올 연말께 임원 인사를 통해 체제 정비를 노렸다. 그러나 이번 일로 국정조사에 이어 최장 120일까지 이뤄지는 특검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12월 초로 예정됐던 인사가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CJ그룹이 올 연말 인사에만 신경을 쓸 수는 없어 인사 시기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지난 9월 정체된 인사를 대폭 시행했던 만큼 이번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남매경영' 신세계그룹, 인사 통해 '세대교체' 본격화?

미르재단에 단 한 푼도 출연하지 않은 신세계그룹은 예년처럼 12월 초에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재단에 5억원을 출연, 롯데·CJ에 비해 금액이 적은 탓에 최순실 여파가 덜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신세계의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매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60대 이상 사장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승진한 정유경 총괄사장의 역할이 점차 확대됨과 동시에 젊은 임원을 적극 등용해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재작년 인사부터 대표이사를 포함해 차세대 경영진들을 전진배치했다.

이에 따라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는 만 60세가 넘는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최홍성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 윤기열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대표, 박건현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이 같은 설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여전히 강해 그의 의중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체제 강화를 위해 사장단의 세대교체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잠잠한' 현대百, '신규 면세 특허 결과'에 달렸다

지난해 전무 2명을 포함해 승진 35명, 전보 7명 등 소폭 인사를 단행했던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계속되는 불경기와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대내외 여건을 의식해 이번 인사에서도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주 인사평가를 끝낸 탓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사 전망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또 올 연말 서울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가 예정대로 진행돼 12월 중순께 발표될 경우 이에 대한 결과에 따라 12월 10일 전후로 있었던 인사 시기가 조금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인사에서는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 안정에 무게를 둔 탓에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평년에 비해 소폭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며 "다만 계열사들의 올해 실적이 좋은 만큼 작년보다는 인사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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