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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확률형 자율규제 정책협의체 '늑장 출범'


협회 "자율규제 보강 취지"…정치권에선 "시간끌기" 지적

[문영수기자] 확률형 아이템을 놓고 정치권으로부터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게임업계가 정책협의체 발족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지난 7월 규제 법안이 발의된 지 4개월 만이다.

게임사들이 마련한 초안을 두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강해 실효성 높은 자율규제 강화안을 내놓겠다는 취지인데,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에 대한 심사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책협의체를 내놓은 것은 너무 뒤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을 발의했던 정치권에서도 해당 정책협의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어 자율규제로 문제를 풀겠다는 게임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각계 전문가·이용자 등 10여명 모여 의견 낸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회장 강신철, 이하 협회)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개선안 마련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오는 14일부터 개최한다고 10일 발표했다. 게임사들이 마련한 자율규제 강화 초안을 다각도로 보완해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정책협의체는 게임업계가 추진 중인 확률형 자율규제의 신뢰성과 객관성 확보를 목표로 의견을 개진하는 등 자율규제 개선방안 수립에 참여하게 된다고 협회 측은 전했다. 주요 논의 과제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개선방안 도출 ▲자율규제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강화 방안 마련 ▲자율규제 준수 여부에 따른 인센티브와 페널티 부여 방안 등 자율규제 관련 현안들이다.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정책협의체는 법률·경제·교육·게임 개발 등 각계 전문가 그룹을 비롯해 이용자 및 소비자단체 대표, 청소년 전문가, 게임물관리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0여명이 참여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책협의체에 직접적 관여는 하지 않지만 자율규제가 게임 이용자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사회적 시스템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협회는 정책협의체의 다양한 의견들을 회원사와 함께 종합 검토해 이르면 내년 2월 중에는 자율규제 개선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은 "그동안 게임업계가 자율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논의해온 내용들이 정책협의체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 조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용자와 사업자 간 적절한 균형을 도출해 합리적인 수준의 자율규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너무 늦었다" 지적도…정치권에서는 "시간끌기" 반응

그러나 정책협의체를 만들어 자율규제 강화안을 보강하겠다는 협회 측 발표가 너무 뒤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을 발의했던 올해 7월을 전후로 자율규제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온 게임업계가 이후 4개월 만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내놓겠다던 자율규제 강화안은 온데간데 없고 폭넓은 대화를 나누겠다는 정책협의체를 11월이 돼서야 발족한다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면서 "적어도 8월에는 정책협의체를 발족하고 토론회 등을 열어 의견을 모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당장 오는 15일부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확률형 규제 법안에 대한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게임업계가 이를 돌이킬 수 있는 물리적 여유가 충분할 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한 인기 모바일 게임에서 확률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게임업계로서는 부담이다.

정치권도 정책협의체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해 7월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을 발의했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정책협의체가) 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게임업계가 마련한 자율규제 내용들이 법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10% 이하 기댓값을 갖는 확률형 아이템은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법안을 지난달 발의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역시 "게임 내에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방안"이라며 "이 시점에서 정책협의체를 내놓은 것은 법적인 규제를 막아보겠다는 시간끌기가 아닌가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사무국장은 "(정책협의체가) 다소 늦었으나 이는 확률형 자율규제 강화안에 대한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이르면 내년 2월에는 정책협의체를 통해 보강된 자율규제 강화안을 알릴 수 있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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