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국내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셈법도 분주해지고 있다.
9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미국 현지 학계, 업계 전문가, 국내 진출기업 등과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국내 철강, 섬유,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부정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공공인프라, 전통에너지, 의료 등과 관련된 국내 산업의 대미 수출기회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미 수출 비중 높은 IT·자동차 타격
트럼프 정부에서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통상정책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국 기업 우대 정책 및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할 경우, 국내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철강, 섬유 산업 등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현지 기업들은 트럼프 집권 이후에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정이 강화될 것이기에 미국의 자동차, 철강, 섬유 산업 보호를 위해 대외 통상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비난해 왔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15%로 일괄적으로 인하하고 소득세를 낮춰서 미국 기업 및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특히 대(對)미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IT업체들에게 부정적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미국을 포함한 미주지역의 매출액 비중이 34.4%에 달하며, LG전자도 북미 비중이 28.9%를 차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트럼프의 조세정책이 진행될 경우,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해 재정적 부담이 완화된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다면, 스마트폰산업과 반도체산업에서 미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IT업체들에게도 부담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한미 FTA가 폐지될 경우 대미 수출물량의 관세 부과로 미국산 자동차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체결 시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입 관세 조항은 4년내 무관세였다.
유진투자증권은 "한미 FTA 폐지 시 이전 관세인 2.5%가 적용됨에 따라 미국산 판매 의존도가 낮은 업체는 가격 경쟁에 불리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미국산 판매 의존도가 52.9%로 북미 11개사 산업평균 67.2% 대비 낮아 상대적으로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로 우려했던 일본업체의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소멸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건설 및 에너지 인프라 투자는 늘어날 것
반면 트럼프의 공공인프라 정책에 힘입어 국내 건설업, 통신인프라, 운송, 건설기자재 분야는 수혜가 기대된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무려 1조 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도로, 교통, 에너지, 통신 인프라 재건을 통해 신규고용을 창출하고 내수 경제 성장을 촉진할 계획이다.
KOTRA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철강, 운송, 건설기자재 등 유관 분야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한국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트럼프는 석유, 천연가스 등의 적극적인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트럼프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 기업에게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지만, 전통에너지에 대한 규제는 완화돼 굴착 장비, 발전 장비, 에너지 운송 및 저장 산업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 공공보건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해외 의약품 수입 개방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국내 의약품 수출기업들에게 호재가 될 것으로 KOTRA는 기대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약가 규제를 공약으로 내건 데 비해, 트럼프 정부는 약가 규제 정책을 무효화할 것으로 예상돼 약가 인하에 따른 리스크는 축소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약가가 지지되며 헬스케어 업체들의 매출 감소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며 "셀트리온, 녹십자 등의 미국 판매에 호재"라고 진단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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