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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금융대전]②개장 임박 인터넷전문은행


KT·카카오 내년 본격 영업 개시···핀테크 패러다임 바꾸나

[민혜정기자] 금융에 IT를 접목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개장이 임박했다.

KT와 카카오는 ICT기업으로 국내에서 전인미답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던졌다. KT가 본인가 신청을 한 상황이라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 되면 굳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계좌개설, 송금, 결제, 자산관리 등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은행들 보다 인건비, 점포 운영비용 등을 줄일 수 있어 대출 금리나 수수료 등도 낮출 수 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KT와 카카오는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 10%, 의결권 있는 지분 4%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은행법의 이른바 '은산분리' 규정 탓이다. 이를 완화하는 개정안이 나와 있지만 국회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T가 참여한 K뱅크는 지난달, 카카오뱅크도 연내 금융위원회에 본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인가가 떨어지는대로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K뱅크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연초, 카카오뱅크는 내년 1분기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온라인 금융 시대가 열리는 것 뿐만 아니라 신용도 등 여러 이유로 그동안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됐던 소비자들까지 이용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KT나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간한 정책자료집 '경쟁력 있는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총 신용대출 잔액을 분석한 결과, 중신용자(신용등급 4~7등급)들이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로(21.2%)이용하고 있는 신용대출 잔액이 5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해 8%대의 중금리 상품을 공급하면서 약 30%대의 침투율 가정할 경우 약 2조원의 이자 경감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모바일 메신저·네트워크 기술 총동원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영업을 앞두고 인력을 채용하고 금융센터를 설립하는 등 인선과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K뱅크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충정타워에 540평 규모의 고객금융센터를 구축했다. 이곳은 STT(Speech-to-Text)·TA(Text Analytics) 솔루션을 도입해 음성을 비롯해 메신저, 이메일 등 모든 형태의 고객 문의 및 대화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이를 분석한다.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한 안내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석 데이터를 상품, 서비스 개선 등 경영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K뱅크는 지난달 심성훈 전 KT이엔지코어 전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9명의 이사회도 구성했다.

최근 K뱅크는 금융, 경영기획, 리스크관리, ICT 등 4개 분야 23개 직무 관련 정규직 마지막 채용에 들어갔다. 준비법인 인력은 현재 150여명 수준. 본인가 이후의 본격적인 영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내년 초 K뱅크 인력 규모는 약 2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K뱅크는 ICT 기술력을 대거 활용할 계획이다. 빅데이트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점을 산출, 10%대의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보안을 위해 주민번호뿐만 아니라 계좌, 전화 카드 번호, 이메일 등 모든 개인식별정보에 대한 암호화도 추진하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본인가 심사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 이사회 인선을 마무리하고 인프라 확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간단한 송금 및 대출 서비스와 페이서비스의 연동, 금융봇 서비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카카오톡 계정 하나로 이용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생활 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정규직 모바일뱅커를 모집해 눈길을 끌었다. 모바일뱅커는 은행 점포에서 은행원들이 하던 업무를 카카오톡, 전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처리하는 직원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에 두 개 은행이 추가된다고 봐야 한다"며 "영업의 포커스가 다를 뿐이고 시중은행이 하지 못했던 핀테크 영역이 강점이고 이는 해외 사례로 이미 증명이 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결권 4% 제한' 은산분리가 '발목'

그러나 KT와 카카오는 현행법대로라면 지분 4% 이상의 의결권은 확보할 수 없어 투자나 사업 모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태다. 영업을 코앞에 둔 상황이지만 이 탓에 사업 전략이나 준비작업, 결국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투자 등에 적극적이기 어렵다.

실제로 현재 K뱅크의 주요 주주 지분율은 KT 8%, 우리은행 10%, 한화생명보험 10%, GS리테일 10%, 다날이 10%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10%, KB국민은행 10%,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를 나눠 갖고 있다.

현 구조대로라면 기존 은행이 사업을 주도하고, KT나 카카오는 지분 참여 수준이어서 금융IT 융합을 표방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말 그대로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양사는 제대로 된 사업에 은행법 개정 등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데 은행법 상 이를 할 수 없다"며 "은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으면 ICT가 주도하는 인터넷 은행이 아닌, 금융사업자가 주도하는 인터넷 은행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도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증자 주체가 될 수 있는 건 은행 밖에 없다"며 "KT와 카카오가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의 자회사나 다름없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추세, 정부도 공감···법 개정은 언제?

핀테크 시대를 맞아 해외에서는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하거나 우리보다 지분 확대가 쉽다는 점도 현행 은행법 개정 필요성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국가나 일본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지분 제한과 같은 '은산 분리' 규정이 아예 없다. 또 중국은 30%, 미국은 25%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주요 이동통신사인 KDDI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지분은행(JiBUN Bank)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도 위뱅크 지분 30%를 갖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인터넷전문은행 육성 차원에서 이 같은 은산분리 규정 완화 등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은행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정무위원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발상을 하는 의원이 있다"며 "저희는 (은행법을) 고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적극적으로 (특별법에 대해서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비금융주력자(비금융회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기존 은행법 기준 4%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의 가칭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야권이나 시민단체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보다는 특례법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것.

은행법 개정안은 이미 발의됐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산업자본이 50%이내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강석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 있는 기업집단'을 제외한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50%이내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KT 관계자는 "'은행의 사금고화' 같은 이슈는 주요 주주들에 대한 대출 금지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현재의 은행법 상황에서 법 개정 없이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 산업의 혁신을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칫 기존 금융 사업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석근 서강대 교수는 "은산분리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규제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 규제와 산업 중 산업이 먼저라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도 규제 개혁이 이뤄줘야 핀테크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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