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개헌을 공식 제안하며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정면 돌파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에 또 다시 위기가 몰아쳤다.
JTBC에서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대통령의 연설문과 각종 공식 발언이 담긴 파일이 44개 발견된 것이다. 더욱 최씨가 이 문건들을 받아서 열어본 시점이 모두 대통령이 실제로 연설을 하기 전이어서 파문이 일었다.
최씨의 컴퓨터에는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유세문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들이 들어있어 논란이 됐다. 이는 그동안 청와대가 공식 부인했던 최씨의 비선실세 의혹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최순실 씨의 측근 고영태 씨의 진술과 관련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는 깊은 침묵에 휩싸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깊은 한숨을 쉬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위를 파악 중이다. 지켜보자"고만 말했다.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꿔 개헌주도를 선포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그런데 최순실은?"하고 묻고 있다"고 질타했다.
추 대표는 "창조경제를 빙자해 사금고를 채우고자 전경련을 비틀고 대한항공 등 대기업 인사를 쥐락펴락하고, 대한민국이 대표사학 이화여대를 주무르더니 급기야 대통령의 온갖 연설문을 미리 보고받고 밑줄을 그어 수정했다고까지 한다"며 "최순실이 권력 1위, 정윤회가 권력 2위라는 이야기는 대체 뭔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순실의 컴퓨터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 등 주요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중요한 국기 문란 사건으로 사실 확인 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 씨 관련 의혹이 또다시 터지면서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됐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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