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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빵집 신화' 파리바게뜨, 해외서 새 역사 쓴다


허영인 회장 "美·中서 가맹사업 본격화…2030년 해외 3천여개 매장 오픈"

[장유미기자] #'동네 빵집'들이 거리에 즐비하던 30년 전. 당시 38살이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일본식, 미국식 빵 위주였던 국내 제빵 시장의 분위기를 유럽식, 한국식 빵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인 허창성 선대회장이 운영하는 상미당, 삼립제과공사(현 삼립식품)를 통해 자연스럽게 빵과 친밀해진 허 회장은 삼립식품 대표로 취임한 후에도 빵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는 미국의 유명 제빵학교인 AIB(American Institute of Baking)에서 연수를 받았고 지난 1986년 서울 반포에 파리크라상 매장을 오픈하며 아버지 사업과 다른 새로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빵 종주국인 프랑스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허 회장이 세운 파리크라상이 17일 30주년을 맞았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국내 대표 베이커리인 '파리바게뜨'와 '파리크라상', '파스쿠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오픈 당시 생소했던 프랑스 정통 빵과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를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슈퍼마켓이나 뉴욕제과·고려당에서만 팔던 빵맛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허 회장은 이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2년 후인 1988년 6월 서울 광화문에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를 론칭했다.

허 회장은 '파리바게뜨'를 통해 국내 제빵 시장에 프랑스 대표 빵과 다양한 유럽풍 제품을 선보여 '빵'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꿨다. 또 국내 최초로 '베이크 오프 시스템'을 도입해 전국 어디서나 신선하게 구운 빵을 공급함으로써 누구나 식사대용으로 빵을 먹는 시대를 열었다. 베이크 오프는 밀가루 등 원료가 배합된 상태에서 발효가 중지된 휴면 반죽을 가맹점에 공급해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는 국내에서 간식으로만 여겨졌던 빵을 '주식(主食)'으로 위상을 높이며 한국인의 식문화를 바꾼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허 회장은 제빵산업을 가맹산업으로 발전시킨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성공가도를 달리자 경쟁사들도 잇따라 등장했다. 크라운제과는 같은해 10월에 '크라운베이커리'로 도전장을 던졌고 1997년에는 CJ가 '뚜레쥬르'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허 회장의 빵에 대한 자신감은 '파리바게뜨' 론칭 10년 후 빛을 발했다. 경쟁사들의 등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객들을 위해 끊임없이 제품 개발에 주력한 결과 1997년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또 1990년대 이후 빵을 주식으로 먹는 사람이 늘면서 제빵 프랜차이즈가 호황을 이루며 파리바게뜨는 급성장했다.

여기에 퇴직자들이 빵집 창업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1991년 65개 매장이었던 파리바게뜨는 1995년 385개, 2000년 842개로 급증했다. 매출 역시 1991년(80억원)에 비해 20배가 늘어난 1천612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빵과 잘 어울리는 커피와 음료를 함께 판매해 매장에서 먹을 수 있게 한 '베이커리 카페' 콘셉트를 선보이며 빵이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주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와 동네빵집의 반발에 따른 출점 규제 등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고자 허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려 2004년부터 중국, 미국에 진출해 현재 싱가포르, 베트남, 프랑스 등 5개국 주요 도시에 24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7월 국내 업계 최초로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열어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 현지 매장들은 국내 매장의 3배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또 지난해 말 200호점을 돌파한 중국 매장은 전체 해외 매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지난 5월 진출 11년 만에 가맹 1호점을 오픈하며 가맹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국내 매장 수 3천400여개, 빵 생산량 일 400만개로 명실상부한 '국민 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또 커피와 음료, 외식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지난해 매출 1조7천200억 원(공시 기준)을 기록했다.

30주년을 맞은 파리바게뜨는 앞으로 중국과 미국에서 본격적인 가맹 사업을 전개하고 2030년까지 진출 국가를 20개국으로 늘리는 등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허 회장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가맹사업을 본격화 해 2030년까지 두 나라에서만 2천여개 매장을 개장하는 등 총 3천여개의 해외 매장을 새로 오픈할 것"이라며 "SPC그룹 전체로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1만2천개 매장에서 매출 2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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