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구조조정 기업들을 제대로 솎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신용평가 시장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자체신용도 도입, 3자 의뢰평가 허용, 신용평가회사 손해배상 책임 부과 등이 내년부터 추진된다. 단 '제4 신평사' 설립에 대해서는 보류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신용평가 신뢰 제고를 위한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평사가 기업에 대한 사전적, 적시 경보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 3월부터 태스크포스(TF) 구성,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준비해왔다.
◆신평사, 발행사 눈치보기 막는다
이에 따르면 자체신용도(독자신용등급, stand-alone rating) 제도가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자체신용도란 모기업이나 계열사 등 지원가능성을 제외한 개별기업의 독자적 채무상환 능력에 대해서만 평가한 것이다.
그동안 자체신용도 정보가 없어 시장에서 신용평가 도출과정의 논리와 근거를 이해하고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이로 인해 신용사건 발생 시 시장충격이 확대된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모기업·계열사 등 지원 가능성이 있는 민간 금융회사 및 일반기업의 '무보증사채' 신용평가시 기업의 자체신용도를 공개하기로 했다.
자체신용도가 따로 평가되면 투자자는 계열사 등의 지원가능성이 배제된 상황에서의 기업 신용도를 파악해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투자위험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간금융회사에 2017년부터 시행한 후, 2018년부터 일반기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한다.
신평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도 실행된다. 채권을 발행하는 발행회사가 신평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현 체계에서는 신평사들이 발행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
앞으로는 발행기업 의뢰 없이도 투자자, 구독자 등 제3자의 요청과 비용부담에 의해서도 신평사가 신용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제3자 의뢰평가가 허용된다.
단 제3자 의뢰평가에 따른 신용등급은 발행자의 정보 제공 없이 평가된 정보임을 시장에 알리기 위해 일반등급과 구분해 표기될 예정이다.
신평사에 대해 손해배상책임도 부과할 방침이다.
신평사가 법규에서 규정하는 평가절차 및 행위규제를 위반해 신용등급이 영향을 받은 경우, 이로 인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올 4분기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명시한다.
아울러 금감원이 매년 신평사 취약부문에 대한 테마를 선정해 수시검사하고, 필요시 중점감사하는 상시 감독체계를 구축하며, 법규 위반으로 부실평가를 야기한 신평사에 대해서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예외 없이 영업정지, 인가취소 조치한다.
펀드 투자자산의 평균적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평가하는 펀드 신용평가도 도입할 계획이다.
먼저 채권형 펀드에 대한 신용평가를 도입하고, 수요진작을 유도한다. 주요 운용사의 대표 공모 채권형 펀드 6~9개를 선정해 2년간 수수료 없이 펀드 신용평가를 시범 제공하도록 했다.
이 밖에 시장에서 신평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 비교·공시 확대, 금투협 중심으로 신평사 역량평가 실시 등의 방안도 마련됐다.
◆제4 신평사 허용은 시장평가 후 추후 검토
한편 신규 신평사 진입과 관련해서는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NICE) 등 주요 3사가 시장을 3분의 1씩 나눠가지면서 고수익을 얻는 상황에서 제4 신평사 진입으로 시장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신용평가시장에 대한 현행 시장규율 및 공적규제는 건전한 경쟁을 통한 평가품질 제고를 유도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신규진입 허용시 영업경쟁에 따른 부실평가, 등급인플레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우선은 전반적인 신용평가 제도 및 관행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신규진입을 제한할 수는 없는 상황이므로 '시장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제도개선 효과와 시장상황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신규진입 허용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시장평가위원회는 신용평가 업계·수요자·기업 및 금융당국의 추천을 통해 민간전문가 8인으로 구성된다.
2017년부터 주기적으로 체크리스트에 따라 제도개선 효과, 시장상황 등을 평가해 신규진입 허용여부를 검토,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해 2017년 본격 시행을 추진한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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