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아마존의 리드는 끝났다. 앞으로 (오라클과) 심각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독설은 없었지만 직설적인 화법은 여전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6'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장의 후발주자인 오라클이 선두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검은색 브이넥 니트에 회색 바지를 입고 등장한 래리 엘리슨 회장은 70분 넘게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AWS'의 이름만 수십 차례 언급했다.
창업자인 그는 지난 2014년 9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선 물러났지만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이사회 의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그는 '2세대 클라우드 인프라(IaaS)'에 대해 발표하면서 "아마존처럼 IaaS 시장에 뛰어들겠다"며 "올해와 내년 적극적으로 IaaS 분야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버 등 인프라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IaaS 시장을 이끄는 건 AWS다. IT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매직쿼드런트 보고서를 통해 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IaaS 시장의 '리더' 기업으로 꼽았다. 매직쿼드런트에 오른 10개 기업에 오라클의 이름은 없었다.
오라클은 약 3년 전부터 줄곧 '클라우드 회사(Cloud Company)'로의 변신을 외쳐왔다. 이전까지는 세 개 영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주로 클라우드 플랫폼(PaaS), 소프트웨어(SaaS) 분야에 치중했다. 향후엔 IaaS 시장까지 본격 진출하게 됐다.
래리 엘리슨 회장 역시 "아마존이 IaaS 시장의 선도자인 것을 존중한다"면서도 "이제는 공격적으로 IaaS 시장에 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2세대 IaaS의 저렴한 가격을 부각시키며 가격전쟁을 예고했다. 가격경쟁력은 지금까지 50번 넘게 가격인하를 단행한 AWS의 최대 강점 중 하나지만 그는 오히려 오라클이 더 싸다고 한 셈이다.
그는 "2세대 IaaS는 아마존보다 컴퓨트 파워는 2배, 스토리지는 4배, 입출력(IO) 속도는 10배가 높지만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AWS보다 월등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 가지 강점으로 래리 엘리슨 회장은 '보안'을 언급했다. 마침 이날 오라클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보안 스타트업 팔레라(Palerra)를 인수하기로 했다.
그는 "온프레미스(on-premise)에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보안이라 답한다"면서 "최선을 다해 안전한 클라우드를 구성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우리의 첫 번째 고객이 미국 주요 정보기관 중 한 곳이었다"며 "(보안을) 해소하지 못했다면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라클은 그가 1977년 미국 국방부 프로젝트에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개발, 상용화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래리 엘리슨 회장은 "클라우드 포트폴리오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지속하고 있다"며 "팔레라 인수를 통해 최고의 보안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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