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기자]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 제품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에 중저가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가성비가 높은 '이동통신사 전용폰'이다.
화웨이는 오는 9월 1일 중저가 스마트폰 '비와이(Be Y)폰'과 8인치 태블릿 '비와이패드'를 KT를 통해 출시한다. 비와이폰의 경우 화웨이의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P9' 시리즈의 보급형 제품군에 해당하는 'P9 라이트'의 국내용 버전이다.
비와이패드는 해외에서 '미디어패드 M2 8.0'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제품이다.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은 비와이폰이 31만6천800원, 비와이패드가 36만3천원이다.
화웨이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중 가장 꾸준히 한국 시장을 공략해 온 업체다. 화웨이는 이통 3사 SKT(넥서스6P) KT(비와이폰) LG유플러스(X3, Y6)와 모두 손잡아 본 경험이 있는 중국 제조사기도 하다.
화웨이는 지난 2014년 10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중저가 스마트폰 'X3'를 선보이면서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이 제품은 화웨이의 중간 가격대 스마트폰 제품군 중 하나인 '아너6'를 한국 시장에 맞춰 개량한 스마트폰이다. X3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판매량은 7만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그 이듬해 12월 같은 통신사 전용폰으로 낸 'Y6'의 경우 10만원대의 저렴한 출고가로 1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거뒀다.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 SKT를 통해 50만원대 '넥서스6P'를 내놓기도 했다. 넥서스6P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 운영체제를 탑재한 레퍼런스 스마트폰으로, 화웨이가 국내 출시한 제품 중 유일한 고사양·대화면 기기였다.
이 제품은 지난해 12월 3주차에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34.6%의 판매점유율로 선두에 오르며 잠시 '반짝' 떠오르기도 했지만, 국내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판매되는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에도 진출할 전망이다. 자급제로 출시되는 제품의 모델명은 CAM-L32로, 지난 9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전파인증을 받은 바 있다. 출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제품은 해외에서 'Y6 2'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으며, 5.5인치 디스플레이와 퀄컴 스냅드래곤 617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전작 Y6보다는 성능이 대폭 올랐다.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 유통사 신세계I&C와도 손을 잡았다. 신세계의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투인원 노트북 '메이트북'과 태블릿 '미디어패드 M2'뿐 아니라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 등 액세서리도 본격 판매한다.
또다른 중국계 제조업체 TCL의 경우 SKT와 인연이 깊은 업체다. TCL은 자사가 중국 브랜드임을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펴고 있다.
TCL은 지난해 5월 '알카텔 아이돌 착'이라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SKT 전용으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프랑스의 파리를 콘셉트로 삼았다. 지난 2004년 인수한 알카텔 휴대폰사업부의 빌려온 것이다.
올해 1월에는 같은 통신사를 통해 '쏠'을 내놨다. 일명 '설현폰'으로 이름을 알린 제품이다. 걸그룹 AOA의 인기 멤버 설현이 광고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보조배터리, JBL 이어폰, 설현 브로마이드 등을 구성품에 포함시키면서 출시 1주일만에 판매량이 1만대를 돌파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한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국 제조사는 제품을 이통사 전용으로 내놓으면서 이통사의 마케팅 능력과 인지도를 빌린다"며 "동시에 이통사는 제품군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장, 가입자를 추가로 유치할 수 있으니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업계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가성비'를 내세워 국내에서 조금씩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부족한 인지도 ▲중국산 제품이라는 편견 ▲OS 업데이트 미흡 ▲A/S망 구축의 한계 등으로 큰 폭의 성장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구매 요인으로 A/S의 편리함, 서비스센터 접근성, 꾸준한 OS 업데이트 등이 중요시되고 있다"며 틈새시장 공략 업체들인 만큼 국내 업계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가 우리나라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나쁘다고만 보지 않는다"며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것이니 진출 자체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중국 제조사들이 사후서비스(A/S)에 있어서는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근 몇년 안에 국내 제조사 수준을 따라오긴 힘들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서는 아직 국내 제조사에게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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