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미디어 융합을 향한 IPTV의 실험은 계속될까.
국내 통신 3사의 미디어 융합을 위한 시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 중심축은 급성장 중인 IPTV다.
통신 3사는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콘텐츠 역량을 결집시켜 IPTV를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다. 1천300만명을 웃도는 IPTV 가입자를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과 유통, 광고, 쇼핑,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가 결합되는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이를 위한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이 무산됐지만 자체 콘텐츠 역량을 기반으로 미디어 부문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홈 IoT, VR을 미디어 융합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IPTV와 모바일을 방송통신 분야 차세대 산업들과의 연결고리로 삼아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SKB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 여전히 유효
SK브로드밴드는 애초 CJ헬로비전과 합병, 유료방송 1위인 KT에 이은 730만명 가입자를 확보한 미디어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었다. M&A가 미디어 플랫폼 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었던 셈. 실제로 이를 발판으로 모바일 IPTV를 포함, 3년 내 유무선 가입자 1천500만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확보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 대비하고 한류 콘텐츠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초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M&A를 전제로 3천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넷플릭스가 제작한 인기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3천억원은 국내 연간 드라마 제작비 절반에 가까운 규모였다.
M&A가 무산되면서 이같은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졌지마 SK그룹은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미디어 플랫폼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가입자들을 유치하고 제작사와 투자자들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자체 미디어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최근 CJ E&M 계열 채널들이 자체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워 광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투자 규모는 (M&A 무산 이후) 줄어들겠지만 자체 콘텐츠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은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모바일 IPTV '옥수수'를 통해 티아라, 포미닛, 카라 등 인기 걸그룹 멤버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아이돌 인턴왕'을 제작했다. 지난 2월 방영된 '마녀를 부탁해'에 이은 두번째 자체 제작 콘텐츠다.
지난달 기업과 개인 사업자가 채널 구축에서 콘텐츠 전송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개인방송 플랫폼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양한 형태의 1인 방송들이 활발히 제작되는 환경을 감안한 시도다. VOD 시청자에게 특정 시간대 동일한 광고를 노출하는 'VOD 타임 광고' 솔루션도 IPTV업체 중 가장 먼저 선보였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미디어 플랫폼 부문이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종전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일정 부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KT, 홈 IoT 결합-LG유플, VR서 '활로'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KT의 지난연말기준 IPTV와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가입자는 820만명으로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9%로 1위다. IPTV의 경우 가입자 510만명으로 전체 유료방송 점유율 18%. SK브로드밴드(12%)와 LG유플러스(9%)를 크게 앞선다.
KT는 이같은 기반을 활용, IPTV와 IoT 서비스 결합에 집중하고 있다. 실생활과 가까운 홈 IoT 분야에서 IPTV를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인 것.
이와 관련 지난해 '헬스 밴드', '헬스 바이크', '헬스 골프퍼팅' 등 이른바 '헬스테인먼트' 서비스를 연달아 선보인 바 있다. 운동기기와 센서를 결합시켜 실시간 운동정보를 TV로 표시하고 실제 자전거 코스, 골프장과 유사한 게임 영상 등 맞춤형 콘텐츠를 시청하도록 해 현실감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무선형 IPTV 셋톱박스 '올레tv 에어'를 내놓기도 했다. 최대 50m 이내에서 TV와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어 거실, 안방, 주방, 작은방 등 집안 내 곳곳에서 IPTV를 시청할 수 있는 게 특징. TV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IoT 서비스와 단말기를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올레tv 에어'에 대해서 KT 유희관 미디어사업본부장은 "유선과 무선이 따로 존재하던 것을 하나로 통합시킨 것"이라며 "진정한 스마트홈(홈 IoT)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모바일 IPTV 'LTE비디오포털'에 집중하고 있다. LTE비디오포털은 출시 1년여만에 통신 3사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중 가장 많은 16만편의 VOD를 확보했다. 특히 최근 시청자들이 자유자재로 시점을 이동하면서 시청할 수 있는 360도 VR에 집중하는 추세다.
동영상은 통신업계 입장에서 대규모 모바일 트래픽을 유발하는 핵심 콘텐츠다. 국내 LTE 서비스의 트래픽 60%가량이 동영상에 집중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드라마, 영화, 교육, 스포츠, 성인물 등을 시청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VR 동영상의 경우 360도 촬영이 가능한 특수 카메라가 동원되는 특성상 일반영상보다 VOD 파일 용량이 큰 편이다. 4~5분짜리 영상이 300~400MB 이상을 차지한다. 통신사 입장에선 그만큼 많은 데이터 수요가 창출되는 셈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부터 VR 콘텐츠 전문업체 무버, 베레스트와 제휴,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VR 동영상을 확보했다. 지상파 인기방송, 프로야구, 뮤직비디오, 골프, 관광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는 가운데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인기 프로그램의 VR 버전을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VR 게임 동영상과 19세 이상 성인물의 경우 3사 중 LG유플러스만 단독으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동영상과 게임으로 미디어 이용이 활발한 20~30대 남성 등 충성(?) 고객층의 지속적인 유입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VR 특유의 3차원 홍보영상을 통해 LTE비디오포털 내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별도로 플랫폼화할 수 있다"며 "360도 VR에 적합한 장르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자체 제작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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