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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證 소액주주 "KB금융과 주식 헐값교환…소송할 것"


"주주명부 열람 왜 막나"…자사주 헐값 매각 논란도

[윤지혜기자]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이 KB금융에 인수된 현대증권에 대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KB금융그룹에 인수돼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은 현대증권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을 할 계획이다. 이유는 지난달부터 세 차례에 걸쳐 주주명부 열람·등사 신청을 했으나, 현대증권이 매번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강윤 현대증권 소액주주 모임 대표는 "지난 9일 세 번째 주주명부 열람 신청을 했으나 주주명부 미작성,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주주명부를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실질적인 주주명부가 없고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된다면 지난주 현대증권 노조가 확보한 주주명부는 대체 무엇이냐"며 분개했다.

현대증권 소액주주들은 지난 6월 모임을 만들고 소송 등 집단행동 준비에 나선 상태다. 현재 회원 수는 400여명으로 이들이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은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약 63만주(발행주식총수의 0.27%)다. 이들은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의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부조리함을 현대증권 주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주주명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증권 잔여 지분 70.38%를 KB금융 신주와 1:0.1907312주의 비율로 교환하기로 결정했다. 교환가액은 KB금융이 3만5천474원, 현대증권이 6천766원으로 현대증권 5.24주를 KB금융 1주와 교환하는 셈이다. 이에 반대하는 현대증권 주주들은 주당 6천637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사회 후 현대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들은 "주식교환 과정에서 70%에 달하는 소액주주와 현대증권 임직원들이 소외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현대증권이 교환가액 산정 과정에서 저평가됐고 ▲현대증권이 자사주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KB금융 주식교환에서 저평가됐나

현대증권 주식가치는 이들의 주장대로 저평가된 것일까.

KB금융이 해당 주식교환과 관련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교환가액 산정 시 현행법에 따라 합병계약 체결일 전날을 기준으로 1개월, 1주일, 1일 치의 주가를 가중산술평균해 구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현대증권 노조는 "올해 3월 기준으로 주당 순자산가치(BPS)는 1만4천270원, 연결기준 BPS는 1만4천387원으로 현대증권 교환가액은 이에 47.03%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BPS란 순자산(기업 총 자산-부채)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수치다. 기업이 활동을 중단한 뒤 그 자산을 모든 주주에게 나눠줄 경우 1주당 얼마씩 배분되는가를 나타내 통상 '청산가치'로 불린다.

노조 측은 "현대증권의 최근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이유는 최대주주였던 현대상선의 재무위험과 합병 불확실성 때문이었는데, 이를 단순 비교해 합병 비율을 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측은 "주가 등락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령에 따라 교환가액을 산정했는데 ,'왜 그때 그 가격에 팔았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합병비율 산정을 꼭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으로 피인수회사의 주가는 저평가됐었으나 이번에는 KB금융이 나름대로 현대증권 소액주주를 배려했다고 판단한다"며 "만약 교환비율 산정을 2분기 실적 발표 뒤로 미뤘다면 현대증권 주가는 더 떨어졌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덕분에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증권 주가는 KB금융에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순자산가치에 근접한 합병비율을 기대했던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KB금융과 현대증권 간 주식 교환이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다만 KB투자증권 증자 이후 합병 등 더욱 불리한 비율 적용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됐고, KB금융이 신주를 발행해 KB주주의 지분을 희석하는 만큼 현대증권의 주주 입장도 일부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헐값 매각 논란…배임 가능성 지적도 있어

두 번째 논란은 '현대증권이 자사주를 헐값에 매각했느냐'는 부분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6월 말 KB금융에 자사주 7.06%를 1천71억원에 매각했다. 1주당 처분가액은 6천410원이다.

이에 앞서 KB금융은 현대증권 최대주주였던 현대상선으로부터 주식 22.56%와 경영권을 1조2천5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70%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현대증권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함으로써 KB금융은 금융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의 주식 30%를 보유해야 한다는 요건(금융지주회사법 제43조 2)에 바싹 다가섰다.

여기서 노조와 수액주주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자사주 매입 가격이 지분 인수가격에 비해 심하게 낮다'는 점이다. 자사주 매입이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22.56%의 지분 인수가격(2만3천원)과 자사주 인수가격(6천410원)이 3배 이상 차이가 나서다.

이와 관련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통상적으로 30%가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해야 함에도 주당 6천410원에 매각하기로 결의함으로써 현대증권에 32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현대증권 노조 역시 "공시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 평균가가 9천996원인데 현대증권은 이의 64.13% 수준에 불과한 금액에 자사주를 매각했다"며 "이사회는 투자 자원 재원확보를 위해 자사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지만 순자본영업비율이 800%를 넘어선 만큼 긴박한 자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었다"고 역설했다.

이강윤 소액주주 모임 대표도 "현대증권이 자사주를 매각하기 전 이사회를 대폭 교체했다"며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사주를 처분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액주주들은 현대증권 감사위원회가 이사회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하는 소제기청구서를 서면 발송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실 자사주를 가져오면 금융지주사 요건(상장 자회사 지분 30% 보유)을 완성할 수 있는 만큼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시가보다 비싸게 가져오면 KB금융 주주 입장에서는 또 손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두 상장사 간의 이슈이다 보니 고려할 부분이 상충을 일으키는 지점이란 얘기다.

한편,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재 소액주주들과 의견 차이가 있어 좁혀가는 과정"이라며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서는 "KB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3개월 안에 자사주를 처분해야 해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라며 "이번 인수합병의 긍정적인 면도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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