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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키우자면서 낡은 규제 '발목'


"시대 착오적 이중규제 철폐 해야" 한 목소리

[성상훈기자] 날선 규제의 장벽에 가로막힌 스타트업들의 신음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규제와 싸우느라 힘을 다 소진해 탈진(폐업)하거나 경쟁력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다.

적법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로막는 이중규제나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는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 O2O(온오프라인 연계) 분야 스타트업들이 예기치 못한 규제로 폐업하거나 서비스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터치 본인확인 서비스'를 개발한 핀테크 스타트업 한국NFC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서비스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는 당초 지난 6월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었지만 방통위 규제로 무기한 연기된 뒤 결국 지난 9일 최종 불가 통보를 받은 것.

카드터치 본인확인 서비스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당사자의 카드정보와 비밀번호로 본인 여부를 식별하는 서비스다. NFC 방식을 통해 실물카드를 스마트폰 뒤에 가져다 댄 뒤 비밀번호 앞 2자를 입력하면 본인 인증이 완료된다.

방통위는 지난 2011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 이후 5년 6개월간 아이핀, 휴대폰인증 등 2가지 서비스만 승인하고 있다. 신용카드 인증은 금융 서비스에 한정되며 인터넷 사업자는 위 2가지 서비스 외에는 본인인증 방식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감독 규정에 따라 이 서비스를 본인인증과 식별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달리 방통위가 이를 승인하지 않는 등 이중 잣대로 향후 이와 유사한 본인확인 서비스 출시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육성 '공염불' …스타트업들의 시련

신용카드간 P2P 지불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려 했던 팍스모네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서비스 불허를 통보받은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 서비스는 신용카드사 회원끼리 소액 상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로 결혼 축의금, 중고거래, 부의금 등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특허 등록까지 완료하면서 기대치를 높였지만 카드 불법결제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6년간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O2O 서비스 분야 유망 스타트업으로 손꼽혔던 '홈클'은 지난 4월 결국 문을 닫은 경우. 홈클은 청소도우미와 소비자를 모바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매일 평균 700명 이상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직업안정법상 상시고용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현행법제도 때문에 결국 서비스를 접어야했다. 선급금 금지, 4대보험 등을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야 운행 버스 '콜버스'와 자동차 온라인 경매 서비스 '헤이딜러'도 규제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은 스타트업의 대표적 사례다.

콜버스는 택시업체들의 반발로 불법 논란에 휘말리면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법인 설립 1년만에 간신히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때문에 제2의 우버를 꿈꿨던 콜버스는 프리미엄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운송업자가 운영하는 심야버스로 전락했다.

자동차 온라인 경매서비스 헤이딜러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경매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현행법으로 한때 폐업했다가 지난 6월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헤이딜러 역시 콜버스처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며 기력을 탈진한 채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규제 개선 한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와 혁신성을 주무기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발전할 수 없다는게 업계 정설이다.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지지도 않을 뿐더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이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국내 경제 및 생태계 혁신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 신산업으로 각광받아야 할 서비스가 수십년 된 규제에 가로막혀 경쟁력을 상실하는 사례는 앞서 이들 사례외에도 수없이 많다.

택배 서비스에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했던 한 스타트업은 국내를 피해 해외로 서비스를 옮겨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한국은 대부분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관련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법이 명시하는 한도 내에서 서비스를 허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이같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관련 행위를 허용하고 법이 명시하는 한도에서 금지하는 '내거티브' 방식으로 바껴야 한다"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역시 새로운 ICT 기술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식이 전환돼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코자자는 한국의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숙박공유서비스 스타트업이다. 코자자 역시 숙박공유 법제도의 미흡으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구글 지도 반출 논란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구글 지도로 숙소를 찾기 어렵다보니 코자자에 항의하는 것이 다반사 인 것.

그나마 최근 들어 정부도 낡은 규제 철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

정부는 10일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확정, 발표하면서 신산업 분야에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낡은 규제와 관행을 철폐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처음도 아니어서 직접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규제 철폐보다 없어진 규제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남기 미래부 1차관은 최근 기자와 만나 "아주 작은 규제라도 창업가들은 그것 하나 때문에 전진이 안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창조경제 점검회의때마다 이같은 문제를 풀어주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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