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 결정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의 이번 조치로 거대 유료방송 사업자의 출현과 CJ그룹의 콘텐츠 역량 집중 기회가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지상파 입장에선 꿩 먹고 알도 먹은 셈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가 무산되면서 지상파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상 '지상파 편애'가 공정위의 이번 M&A 심사 과정에서도 예외가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반면 지상파 3사는 이번 M&A가 무산 된 것에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 3사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15일 공정위의 M&A 불허 판결 직후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거래를 보장하고 시청자·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 판단"이라며 "공정위의 결정을 공식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SK텔레콤이 전국 및 지역단위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독과점화하고 CJ가 매각대금을 무기로 제작 요소인 연기자, 연출자, 작가를 모두 싹쓸이한다면 두 재벌기업에 의해 시장이 황폐화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업계 "정부 이번에도 지상파편" 발끈
지상파 3사는 이번 M&A 반대를 위한 여론전의 주역으로 꼽힌다. 자체 뉴스채널을 동원해 연일 반대 기사를 보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영방송 SBS의 경우 지난해 11월 M&A 공식 발표 이후 70여건 이상 M&A 및 SK그룹, CJ그룹 관련 리포트를 내보내며 반대 여론을 띄웠다.
지상파 3사는 주요 케이블TV 업체와 실시간 방송, VOD 등 콘텐츠 대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측은 올들어 수차례 방송 중단을 앞세운 극한 대치를 이어왔다.
지상파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해마다 이같은 협상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이번 M&A를 통한 유료방송 대형 사업자의 출현이 달가울 리 없는 형편이다.
1조원의 CJ헬로비전 인수대금도 골칫거리다. CJ그룹은 이번 M&A를 통해 CJ E&M 등 콘텐츠 위주로 방송사업을 재편할 계획이다. 인수대금 중 상당 부분이 CJ E&M 계열 채널에 투자될 전망이다.
최근 티비엔(TvN), 엠넷(mNet) 등 CJ E&M 계열 채널들과 종합편성채널의 시청률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지상파 입장에선 해마다 주력 사업인 광고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M&A 성사된다면 이같은 추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정부가 방송통신 정책상 결과적으로 지상파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내년 2월부터 수도권 위주로 본방송이 시작되는 UHD 방송 주파수 할당이 대표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초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 사업자들에 우선 할당할 계획이었다. 이 대역은 전파도달 거리가 다른 대역보다 상대적으로 길고 장애물의 방해를 덜 받는다.
그 때문에 '황금 주파수'로도 불렸다. 그러나 정치권과 지상파의 요구로 이 가운데 30MHz 폭이 UHD 방송용으로 먼저 할당됐다.
더구나 지상파 방송은 시청자에 공급되는 보편적 서비스라는 이유로 무상으로 할당됐다. 지난 4월 주파수 경매에서 700MHz 대역 40MHz 폭의 경매 시작가만 7천620억원이었다.
결국 700MHz는 동일 대역 내 UHD 방송 및 재난망, 무선 마이크 등과 혼간섭 우려 등을 이유로 당시 경매에서 유찰됐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졸지에 황금 주파수에서 '누더기 주파수'로 전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편적 서비스라지만 직접 지상파를 수신하는 경우가 전국 시청자의 불과 7%도 채 안 된다"며 "절대 다수 시청자들이 유료방송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상파가 상대적으로 특혜를 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상파는 유료방송에 대해 재송신료를 40% 이상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쟁제한성을 이유로 M&A는 불허하면서 지상파 우위의 독과점적 방송 콘텐츠 시장을 방치하는 것은 크나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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