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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in]"3600개 카드 데이터만 1년 넘게 모았죠"


레이니스트 김태훈 대표 "뱅크샐러드, 통합 금융플랫폼이 목표"

[김다운기자] "창업 타이밍이 정말 잘 맞았죠. 한참 핀테크 붐이 일기 2년 전쯤 먼저 뛰어들었기 때문에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카드 상품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소비 패턴에 맞는 카드를 추천해주는 레이니스트의 '뱅크샐러드' 서비스가 출범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의 일이다.

일일이 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카드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도 한번에 모든 카드 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개인에 맞게 혜택까지 정리해 주는 뱅크샐러드 서비스는 단숨에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전파됐다. 론칭 초기 월 100명에 불과하던 사용자는 그 해 월 3만명을 넘어섰고, 현재는 한달 사용자가 15만명에 달한다.

핀테크라는 개념이 국내에 막 알려지기 시작한 초창기, 레이니스트가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레이니스트를 창업한 김태훈 대표는 "금융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는 것이 유의미한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금융권 자체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고 IT 쪽에서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경영학을 전공하다 보니 선후배들 중 금융회사에 입사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상품기획과 판매에서 괴리를 많이 느끼는 걸 봤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딱 맞는 소비자에게 전달이 잘 안돼 금융회사가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죠. 중간에서 정보를 풀어 전달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신용카드의 경우 이 같은 중간 서비스 업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신용카드는 연간 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달하며 가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막상 가입할 때는 카드사별로 종류와 혜택, 조건 등이 너무 달라 사람들이 상품을 고르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 대표가 레이니스트를 설립한 건 2012년 6월. 이후 1년 반 넘게 카 드사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교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다 모으니 카드 종류만 3천600개에 달했다.

"데이터라는 것이 단순히 홈페이지의 정보를 복사하는 형태가 아니라 고객에게 세세한 추천이 가능하도록 우리 데이터베이스(DB)에 잘 분류해서 담는 정교화가 중요했습니다. 일일이 엑셀에 입력해가면서 그런 단순작업만 1년 넘게 했죠."

카드 추천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소비자의 목소리였다. 단순히 항공 마일리지가 높은 카드를 원하는 게 아니라 특정 항공사 마일리지 위주로 보기를 원하는 사람, 해외 특정 국가에서 혜택이 큰 카드를 원하는 사람 등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를 바탕으로 시범테스트 기간에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정교화를 해나갔다.

"현재 카드 추천에 있어서는 신뢰도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카드 발급 설계사나 은행 지점, 통신사 대리점에서도 뱅크샐러드 서비스를 이용해 카드 추천을 하고 영업을 할 정도죠."

◆카드 사용내역 문자를 이용한 자동화 서비스 완성

2014년에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출신 황성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합류해 뱅크샐러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을 진두지휘했다.

황 CTO는 카드 사용내역 문자 분석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뱅크샐러드 앱을 실행하면 사용자 스마트폰의 카드 사용내역 문자를 모두 불러들여 카드별로 교통, 식사, 패션, 마트 등 카테고리로 자동 분류한 뒤 소비패턴을 분석해준다. 최초 카드정보 등록 외에는 사용자가 일일이 입력하거나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황 CTO는 "자동으로 카드 사용문자를 카테고리 매칭하는 기술 구현이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카테고리 매칭에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기계가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이 사용됐다. 사용자가 수동으로 특정 소비 내역을 카테고리 설정하면, 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다음부터는 기계가 가장 유사한 카테고리를 찾아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것이다. 사용자 데이터가 쌓일수록 분류가 정확해진다.

"카드 문자 메시지의 경우 글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가맹점 이름이 잘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소비 시간, 금액 등의 데이터가 이미 쌓여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자동 매칭이 이뤄집니다."

만약 오후 2시에 5천원의 카드 결제 내역이 입력됐는데 가맹점 데이터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평소 소비 패턴에 미뤄볼 때 카페일 확률이 높다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가장 유사한 카테고리에 매칭해주는 식이다.

레이니스트는 올 7월 말 중으로 이 같은 카드 사용내역 문자 분석 기술을 이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카드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용내역 문자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소비 패턴으르 분석해 꼭 맞는 카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카드 사용액, 자주 가는 가맹점, 대중교통 이용 금액, 휴대폰 요금 등 자신의 소비 규모를 사용자가 직접 입력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자동으로 카드 사용내역 문자를 동기화해 알아서 카드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김 대표가 자신의 카드 사용내역을 바탕으로 자동 추천 서비스를 실행해봤다. 앱을 실행하자 뱅크샐러드는 최근 12개월 간 날라온 문자를 자동으로 동기화하더니 '신세계이마트삼성카드 7'을 추천했다.

또한 만약 최근 12개월 간 이 카드를 사용했다면 7만원의 할인을 받았고, 포인트는 53만원 정도가 쌓여 총 60만원이 넘는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알려줬다.

현재 사용하는 카드 대비 얼마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그래프로 보여주며, 각각 소비내역에서 포인트가 얼마나 쌓이는지도 상세하게 표시됐다.

김 대표는 "중요한 점은 고객이 번거로운 노력을 할 필요가 전혀 없음에도 정답에 가까운 최적의 카드를 추천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8월 오픈 API 시범 서비스 시작

뱅크샐러드는 지난 5월부터 카드에 이어 '개인 맞춤형 예적금 비교 추천 서비스'도 추가했다.

국내 은행과 저축은행 등 95개 금융사들의 1천100여개 예적금 상품의 모든 우대금리 조건을 비교하고, 사용자가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는 만기지급금액이 가장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향후에는 대출상품, 보험, CMA, 펀드 등 모든 금융상품으로 뱅크샐러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은 내 은행 내역은 은행 사이트에서 찾아봐야 하고, 보험 내역은 보험 사이트를 따로 찾아가야 하잖아요. 이렇게 흩어져 있는 내 모든 금융정보를 모아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개인화 시켜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존 금융정보와 레이니스트가 갖고 있는 고도화된 추천엔진을 결합해 모바일 앱 하나만으로도 가능한 '손 안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과거 소비패턴 분석과 금융활동 분석을 통해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까지 가이드해주는 통합 금융 플랫폼이 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크라우드펀딩, 개인간(P2P) 대출 등 핀테크 신금융도 이 플랫폼 안에 녹여 새로운 금융서비스도 뱅크샐러드 안에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출 받은 것이 있으면 더 저렴한 금리의 대환대출 상품을 안내해주고, 소비 습관을 분석해서 지출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고, 남은 돈을 투자할 만한 금융상품을 찾아주는 서비스가 한번에 이뤄질 것"이라며 "사용자들이 아주 심플하게 행동지침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다보니 보안 이슈도 민감한 문제다.

황 CTO는 "개인의 정보를 삭제한 비식별 데이터만을 갖고 머신러닝에 적용하고 있다"며 "해외 은행 수준의 보안서버(SSL)를 갖춰 정보 유출에 대해서도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분석기술 등과 관련해서도 기존 금융권에서 기술제휴 요청이 많다. 이에 따라 레이니스트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 간편결제업체 등의 테스트기업과 함께 올 8월 초께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김 대표는 "몇 년에 걸쳐 쌓인 데이터 노하우 등을 공개함으로써 결제내역 등의 데이터가 있는 회사라면 누구나 뱅크샐러드와 같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우리 기술이 전파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뺏기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핀테크라는 것은 한 때의 붐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시대적 흐름입니다. 업계 최전선에 서서 핀테크 금융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전한지 등을 필터링해서 고객에게 소개해줄 수 있는 통합 금융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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