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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in]"공연 등 콘텐츠 투자는 크라우드펀딩이 딱"


오픈트레이드 고용기 대표, 4년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준비

[김다운기자] "스타트업들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데뷔'를 하는 셈이라고 봅니다. 성장과정과 자신의 매력을 투자자에게 어필하고 신뢰성을 얻어야만 성공할 수 있죠."

오픈트레이드 고용기 대표(사진)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1세대로 꼽힌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그는 최초의 핀테크 개발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인터넷뱅킹 개발 벤처기업에서 국내 최초의 인터넷뱅킹을 개발해 1998년 옛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사이버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인물이다. 당시 PC통신을 이용한 PC뱅킹밖에 없었던 시대에 가상점포를 인터넷 상에 구현한 인터넷뱅킹은 당시로서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90년대 후반 개인자산관리 소프트웨어도 처음 개발했다.

이 경험을 살려 씨티은행에서 기업금융 e비즈니스 부장으로 재직했으며, 2007년에는 국내 1세대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머니옥션에 합류하게 됐다.

"당시 크라우드펀딩, 개인간(P2P) 대출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시대였는데, 기존 금융기관에 종속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과 자금 수요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금융이 가능하다는 점이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8년보다도 앞선 시점일 정도로 빠른 시점이다.

이후 고 대표는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또한 크라우드펀딩으로 가능하겠다는 뜻을 품고 2012년 오픈트레이드를 설립하게 된다.

오픈트레이드의 특징은 다른 초기 크라우드펀딩 업체들과 달리 후원형이나 대출형(P2P 대출)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투자형(증권형) 크라우드펀딩으로 목표를 잡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엔젤투자 플랫폼이다.

그는 "시작할 때부터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기업은 성장 기회를 잡고 투자자들은 창업 단계에서 새싹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장이 되면 좋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설립 초기부터 시작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행된 올해 초까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준비만 4년을 해온 셈이다.

이 같은 성과로 현재 오픈트레이드에는 6천700개 스타트업체들이 가입돼 있으며, 투자자는 엔젤투자자를 중심으로 2만6천명에 달한다. 벤처캐피털, 투자자문사 등 법인 기관 투자자도 200개가 넘는다.

◆'타임라인' 통해 기업 성장 스토리 알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게 고 대표의 생각이다. 기업에 투자할 때는 과거 성장한 이력을 봐야 미래에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 스토리를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오픈트레이드만의 크라우드펀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고 할 수 있는 '타임라인'도 이런 의도에서 개발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들은 타임라인 계정을 개설한 뒤 기업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도 하게 된다.

"기업의 발전과정과 소통의 흔적을 온라인에 남기는 것이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그 족적을 보고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해 신뢰성을 갖게 되고, 투자 시점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이 주인공"이라며 "플랫폼이 투자자들을 모시고 와서 투자를 연결해주는 브로커 비즈니스가 아니라, 기업들이 주체적으로 먼저 데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회사를 받춰주는 서포터즈로 이해하고 충분히 소통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지난 4월 크라우드펀딩으로 7억원을 조달한 온·오프라인 모임 및 세미나 업체 '온오프믹스'의 경우 크라우드펀딩법 시행 이후 최단 기간 안에 최대 금액을 모집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모집된 주주들에게 기업의 소식을 자주 전달하고 새로운 영업처를 발굴할 때도 주주들의 힘을 활용하는 식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아울러 고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매력 있는 가격에 주식 가격을 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며, 후속 투자를 진행할 때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크라우드펀딩에서 너무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했다면 그 다음 후속 투자자에게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주가가 너무 비싸져서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콘텐츠 투자, 크라우드펀딩에 최적화

최근 오픈트레이드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크라우드펀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점해 콘텐츠 기업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으며, 지난 20일에는 문화·콘텐츠 기업 5개를 모아 크라우드펀딩 오픈 IR(투자자 대상 홍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 전통 무술 택견을 세계화로 추진하는 스타트업 '이크택견', 동영상과 타임라인으로 쉽고 빠르게 시청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엠랩', 문화스토리텔링 및 공연기획·제작 전문회사 '상상마루', 집단지성 기반 식물지식·콘텐츠 플랫폼 '모야모', 영유아 스토리텔링 콘텐츠 기업 '엠아이피(MIP)' 등이 참여했다.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 은행·증권 법인투자 관계자 등 100여명의 투자자들이 참석했는데 문화·콘텐츠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업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투자자도 있었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자유롭게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고요."

특히 최근 금융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콘텐츠 투자를 지원하고 있어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문화·콘텐츠와 크라우드펀딩은 직접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중들이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좋은 결합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고 대표는 "문화·콘텐츠 분야는 소스는 풍부한데 금융지원이 많이 부족하고 투자가 열악한 영역"이라며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새로운 투자도구를 통해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독립적인 콘텐츠 분야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나 공연, 전시, 웹툰·시나리오 콘텐츠 기획 등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도 있고, 콘텐츠 기업 자체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문화·콘텐츠는 성공하면 원소스 멀티유즈가 가능해, 공연이나 영상물 제작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수출을 할 경우 수익이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나 공연은 1년이면 투자 사이클이 완료되기 때문에 다른 크라우드펀딩에 비해 투자회수도 빠르다.

그는 "IT 등 기술기업은 전문가가 아니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문화·콘텐츠는 누가봐도 흥미롭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이 투자하기에도 부담이 없다"며 "일반인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콘텐츠 투자를 통해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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