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정부가 우체국 입점 알뜰폰(MVNO) 업체 재선정에 돌입한다.
알뜰폰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중소 업체에만 열려 있었던 우체국 알뜰폰이 국내 이통3사 계열사 등 대기업에 빗장을 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20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입점 알뜰폰 업체 공모를 시작한다.
현재 우체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10개 알뜰폰 업체는 오는 9월 계약이 끝난다. 이들 중 재계약 하는 업체와 함께 재선정 절차로 뽑힌 알뜰폰 회사는 10월부터 우체국에서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다.
앞서 우정사업본부는 1기 (아이즈비전, 유니컴즈, 에넥스텔레콤, 이지모바일, 스페이스네트, 머천드코리아), 2기(큰사람, 스마텔, 온세털레콤, 위너스텔) 알뜰폰 업체를 선정한 바 있다.
우체국 알뜰폰은 단숨에 전국 1천곳이 넘는 우체국을 유통망으로 활용할 수 있어 치열한 입점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알뜰폰 성장 곡선이 완만해 지면서 대기업도 입점을 희망하고 있을 정도. 그러나 이 경우 중소 알뜰폰 업체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대기업 입점 여부는 결정된 게 없다"며 "알뜰폰 시장을 확대하고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알뜰폰 가입자는 600만명으로 도입 4년여만에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장세는 한풀 꺾인 모습. 연초 우체국발 알뜰폰 인기에도 가입자는 1월 604만명에서 4월 628만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소비자 서비스 우선" vs "대기업 시장 잠식 우려"
현재 40여개 알뜰폰 업체 중 대기업 계열이라고 할 수 있는 CJ헬로비전(CJ), SK텔링크(SK텔레콤), KT M 모바일(KT), 미디어로그(LG유플러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이다.
대기업 계열 업체들은 우체국에 진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원활한 개통, 사후서비스(AS) 등 면에서 소비자를 위한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계열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대기업에도 문을 연다는 언질을 받은 건 없다"면서도 "우체국에 입점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반 대기업 정서도 있고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기업이 참여하면 개통이나 AS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편리해지는 점이 많아진다"며 "알뜰폰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중소 업체들은 알뜰폰 시장 마저 대기업에 잠식당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 알뜰폰 업쳬 관계자는 "우체국 알뜰폰의 경우 대기업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10개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었다"며 "여기에 대기업이 뛰어든다면 막강한 자금력으로 이 시장마저 잠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 논란이 일면서 알뜰폰 경쟁력 자체의 의문 부호가 붙는 시점"이라며 "우체국까지 대기업에 내주면 우리는 설 자리를 잃는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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