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고대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의 행성들이 돈다고 믿었다. 이 사실이 틀렸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천동설이 당시의 제한된 과학기술 이론에서 최대한의 정확성을 추구한 결과라는 점은 잘 모른다. 기존 관념이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은 지식을 얻는 것이 과학의 발전이다.
신간 '코페르니쿠스 혁명'은 20세기의 학문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이 집필한 첫 책이다. 이 책은 5년 뒤 출판한 '과학혁명의 구조'와 함께 과학에 대한 통념을 허물고 새로운 과학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49년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쿤은 하버드대학 특별 연구원이 되어 1956년 UC 버클리로 옮길 때까지 하버드의 교양 교육 및 과학사 조교수로 재직하며 학부생을 위한 과학사 교양 수업을 꾸준히 강의했다. 그 수업의 내용은 차곡차곡 쌓여 바로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이루는 재료가 됐다.
코페르니쿠스가 이 책에서 드러내고자 한 과학의 성격은 네 가지다. 첫째, 과학은 혁명을 통해 비축적적으로 진보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강력하고 그럴듯한 개념 체계일지라도 언젠가는 소임을 다하고 다른 개념 체계로 대체되기 마련이다. 과학의 진보는 진리를 향해 수렴하지 않는다.
둘째, 과학 연구는 개념 체계 또는 전통의 도움을 받아 수행된다는 점이다. 어떤 개인도 기존 개념 체계로부터 한 번에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은 이후 '패러다임'이라는 유명한 개념으로 발전한다.
셋째, 과학혁명은 입증이나 반증의 논리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론과 관찰의 불일치 자체는 혁명의 동기나 호소력을 설명할 수 없다.
넷째, 과학의 한 분야는 다른 분야의 사상들과 얽혀 있다. 천문학은 물리학, 우주론, 종교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천문학의 일부 내용이 바뀌면 그것들의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서이자 대중과학서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코페르니쿠스 본인의 목소리를 들려줄 뿐 아니라 코페르니쿠스 체계에 대한 유럽인들의 다양한 반응들 역시 당시 대중 작가들과 성직자들의 입을 빌려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또한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등장한 다양한 이론과 방법들을 상세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토마스 쿤 지음, 정동욱 옮김/지식을만드는지식, 3만2천원)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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