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로 창립 70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롯데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비롯해 맥주 사업 진출, 면세점 운영사업 수주,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변경 등과 관련해 역대 정부에서 특혜 시비가 계속 제기돼 왔지만 검찰의 본격적인 사정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는 이번 일로 '컨트롤타워'인 그룹 정책본부뿐만 아니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롯데쇼핑 등 핵심 계열사들 모두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로 인해 투자 계획과 추진하던 사업들은 모두 중단됐고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후 계속돼 온 악재에 그룹 내부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연일 비리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이 모든 중심에 선 신동빈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밥그릇 싸움'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너일가를 정조준하고 나선 검찰의 수사는 그룹 내 매출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등 국내 계열사를 넘어 이제 일본 소재 계열사로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일 그룹과 계열사, 임직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을 당시까지만 해도 이번 사태가 금방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과 비리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그룹은 공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신 회장은 이 모든 사태를 보고받고도 해외에 머물며 기존에 계획했던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에서 합작사업 기공식 직후 "(이번 문제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신 회장은 즉시 귀국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중요한 업무가 있다며 미국에 머물다 16일 일본에 도착했다.
이후에도 신 회장은 이달 말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참석해 신 전 부회장과의 '표 대결'을 벌인 뒤 귀국할 계획이다. 그룹 사업이 '올 스톱' 된 상황임에도 '경영권 유지' 외에 모든 일을 뒷전으로 미뤄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한국으로 들어올 경우 검찰수사로 출국을 하지 못하게 돼 정기 주총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겉으로는 '원톱'으로서 이번 표 대결에서도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정작 주총에 본인이 참석하지 않으면 신 전 부회장에게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현재 18만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속한 재계 5위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이들의 지배구조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며 국민의 비난을 받았고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투명 경영'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롯데'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금의 롯데는 신 회장의 의지와 달리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비리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와 더불어 경영권 분쟁까지 재개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국민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너일가의 부도덕성이 부각된 데다 정작 롯데의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룹을 이끌 수장이 자리를 비우고 있다는 점도 롯데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는 신 회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에게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는 신 전 부회장과 이 모든 일을 자초한 신격호 총괄회장, '면세점 로비 의혹'에 휩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오너일가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이들이 인식해야 한다. 경영권 싸움에만 혈안된 모습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가려졌던 모든 것들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문제는 미뤄두고 여전히 일본에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어쩌면 신 회장이 지난 11개월간 끊임없이 강조했던 '롯데의 개혁'은 그룹이 아닌 오너일가에서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