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외환당국이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한선을 소폭 높인다. 또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은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모니터링 비율이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외화 LCR)을 규제로 새로 도입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외환당국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외환건전성 제도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등에 대비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로 이른바 '외환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상한 설정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 부과)를 기획재정부 산하에, 또 은행업감독규정 10여건을 금융위원회 산하에서 운영해왔다.
이번 발표는 이 같은 기존의 외환시장 안정 제도 가운데 외환전전성 3종 세트는 다소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위 관할이던 은행업감독규정들은 외화 LCR 제도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선물환포지션 한도 확대하고 부담금 요율 탄력화
외환건전성 3종세트 가운데 선물환포지션 한도는 다소 확대된다. 은행의 선물환포지션은 선물외화자산에서 선물외화부채를 뺀 금액을 전월말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선물외화자산–선물외화부채)/전월말 자기자본].
현행 선물환포지션 상한선은 국내은행의 경우 30%에서 40%로,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은 기존 150%에서 200%로 상향 조정된다.
외환당국은 "은행들의 포지션 여유가 충분한 만큼, 제도변경으로 인한 급격한 선물환거래 확대, 단기외채 급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6년 4월 기준 은행들의 선물환포지션은 국내은행이 5.8%, 외은지점이 58.6%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현행 요율을 유지하되, 탄력적 요율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당국은 "지난 2015년 대외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환건전성 부담금 제도를 1차 정비한 상황을 감안해, 개편효과를 당분간 지켜볼 계획"이라며 "급격한 자금유출 등 유사시에 대비해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일시적으로 요율을 하향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지난해 정비한 후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은 잔존만기 1년 이하인 경우 0.1%로 설정돼 있다. 부담금을 내는 대상도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여신전문금융사 등으로 확대돼 있다.
◆모니터링 지표였던 외화 LCR은 공식 규제로 도입
외화 LCR은 오는 2017년부터 공식 규제로 도입한다. 대신 자율적 관리가능 규제와 중복 등으로 불필요한 규제는 폐지한다.
바젤Ⅲ 권고사항인 외화 LCR은 고(高)유동 외화자산을 향후 1개월간 외화순유출액으로 나눈 비율 (高유동 외화자산/향후 1개월간 외화순유출)로, 강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외화유동성 상황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 지표를 준수하면 금융위기 같은 시스템 위기 상황에서도 30일 동안 외화 순현금 유출을 감내할 수 있다.
당국은 "지난 1997년 이후 도입됐던 은행 외화유동성 규제는 '외화자산 및 부채'의 만기 불일치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외환건전성 강화에 상당부분 기여한 바가 있으나, 현행 규제는 평상시의 만기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어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운 위기시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외화 LCR을 모니터링 지표에서 규제로 도입하는 배경을 전했다.
당국은 이를 통해 대외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은행의 대응여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기 등 강한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도 미리 확보해둔 고유동성 자산을 통해 실물부문에 안정적으로 외화를 공급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외화 LCR은 2017년부터 모든 은행에 규제로 적용하되, 외은지점, 수출입은행, 외화부채 규모가 작은 은행 등은 적용에서 제외한다.
적용 면제가 되는 은행은 외화부채 비중이 5%미만이고, 외화부채 규모가 5억달러 미만이어야 한다. 외화 LCR 면제대상 은행에는 현행과 같이 만기불일치 규제를 유지한다.
외화 LCR 규제비율은 현행 모니터링 비율, 은행별 특수성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도입하고 2019년까지 점진적으로 규제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일반은행의 경우 2017년에는 60%, 2019년에는 80%로 매년 10%p씩 상향한다. 기업은행, 농협, 수협 등 특수은행은 2017년 40%에서 2019년 80%로 매년 20%p씩 높인다. 산업은행은 2017년 40%에서 2019년 60%로 매년 10%p씩 올린다.
은행들은 매월 평균적으로 이 같은 규제비율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규제비율은 일별 순현금 유출규모(분모)와 고유동성 자산(분자) 규모를 각각 합산해 산출한다.
아울러 위기시 외화 LCR 규제준수를 위해 실물부문 외화공급을 축소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규제비율 완화근거도 마련된다.
당국은 이와 함께 "자율적으로 관리가능한 규제, 실효성이 낮은 규제, 외화 LCR과 중복되는 규제 등은 폐지해 금융기관의 불필요한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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